“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붓을 들었다” 세월호 8주기 기린 손글씨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붓을 들었다” 세월호 8주기 기린 손글씨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4-16 09:00
수정 2022-04-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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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증언록 붓글씨로 옮긴 ‘그날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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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고 했지만 흐려지고 있는 기억을 붙잡으며 여러 사람이 붓을 들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기리며 55명의 작가가 손으로 붓으로 쓰고 그린 ‘그날’의 기억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출판사 걷는사람은 4·16기억저장소 구술증언팀의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한울엠플러스) 100권을 55명의 작가들이 읽고 붓으로 써낸 100점의 작품을 담은 ‘그날을 쓰다’를 펴냈다. 책 속 손글씨들은 지난 1일 안산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손글씨에는 신영복 한글 민체를 공부하는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사단법인 더불어숲 글씨모임 서여회 회원 55명이 참여했다. 서문을 쓴 시인이자 서예가 김성장 작가는 “일상에서 노랑 리본을 만지작거리는 것 말고는 4·16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라면서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고 글씨가 서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서울과 인천, 부산, 세종, 대전 등 전국 각지는 물론 아르헨티나 파견 교사, 어린시절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 등 다양한 손길이 모였다.

글씨의 재료가 된 구술증언록 속 목소리들은 여전히 떨리는 아픔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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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쓰다’ 속 ‘동혁 엄마 김성실’의 구술을 담은 김미정 작가의 손글씨. 걷는사람 제공
‘그날을 쓰다’ 속 ‘동혁 엄마 김성실’의 구술을 담은 김미정 작가의 손글씨.
걷는사람 제공
“우리 동혁이한테 일주일 전에 사준 운동화가 있어요. ‘이거 신고 가’ 했더니 ‘여행 갔다 와서 신을게요. 아껴신으려고요. 너무 이쁘잖아요’ 그렇게 했던 애였거든요. 그 신발을 이제 올려놨어요. 거기에 빈소 위에다가”(‘그날을 쓰다’ 31쪽 ‘동혁 엄마 김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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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범 엄마 최지영’의 구술을 붓으로 옮긴 유미경 작가의 작품. 걷는사람 제공
‘순범 엄마 최지영’의 구술을 붓으로 옮긴 유미경 작가의 작품.
걷는사람 제공
“그 아이들이 그 안에서…. 그 순간을 상상을 하면 진짜 눈에 뵈는 게 없어. 정말 지금도 그게 가끔 눈에 선해, 문득 생각나면. 그러면서 내가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고… 그렇게 지금 하고 있거든.”(‘그날을 쓰다’ 135쪽 ‘순범 엄마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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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아빠 유해종’의 목소리를 붓으로 옮긴 유미희 작가의 작품. 걷는사람 제공
‘미지 아빠 유해종’의 목소리를 붓으로 옮긴 유미희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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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고마운 거는 내 새끼로 태어나서 살다 간 그것. 너무 착하게 살고 남한테 그래도 인정받고 남한테 욕 안 먹고 그렇게 살아줘서, 살아주다 간 것, 그게 너무 고맙지.”(‘그날을 쓰다’ 139쪽 ‘미지 아빠 유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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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근 아빠 안영진’의 목소리를 담은 최성길 작가의 작품. 걷는사람 제공
‘중근 아빠 안영진’의 목소리를 담은 최성길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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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것도 있고 어깨를 아프다고 해서 늦은 감도 있고. ‘어깨 아프니까 치료를 하고 그냥 정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야구는 그냥 사회 일반 취미 활동으로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얘기를 했던 거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꿈을 못 하게 막았죠.” (‘그날을 쓰다’ 197쪽 ‘중근 아빠 안영진’)

작품에 참여한 손글씨 작가들은 “우리의 이 붓길이 하늘나라 그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과 함께하고 진실을 위한 작은 행동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4·16 그날을 기억 속에 켜켜이 놓아두겠다”(문영미), “유통기한을 잃어버린 그날의 기억, 문체에 어김없이 드러난 떨림의 구술을 먹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이 응축된 기록들이 심연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영혼들에게 위로가 되고 남겨진 자들에겐 의지와 용기가 되기를 소망한다”(유미경) 등의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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