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보수주의/티머시 J 롬바르도 지음/강지영 옮김/회화나무/503쪽/2만 4000원
진보적 자유주의·분배 한계 체감소수자의 무임승차·폭력에 반감
‘자수성가’ 리조, 그들 대변해 인기
백인 노동자, 트럼프에 투표 늘어
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미시간주 워싱턴타운십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모습.
워싱턴타운십 AP 연합뉴스
워싱턴타운십 AP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2018년에 출간된 ‘블루칼라 보수주의’는 미국 정치 보수주의 변종의 발전사를 추적한다. 사우스앨라배마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그 실마리를 1960~70년대 활약한 프랭크 리조(1920~1991)라는 자수성가한 정치가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흑인이 대다수인 빈민층을 위한 공공주택이 들어서면 범죄가 늘어난다고 반대하고, 소수인종과 여성에 대한 고용 차별을 폐지하라는 요구는 ‘역차별’이 된다고 거부했다. 백인 블루칼라들은 ‘근면·희생·자기계발’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사회 정책들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열심히 노력해 권리를 획득했지만, 가난한 유색인종은 이와 유사하게 권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이들 입장에서 보면 공정과 정의를 위한 의로운 싸움이었고 이를 자극한 사람이 리조였다.
프랭크 리조 전 미국 필라델피아 시장이 시 경찰청장 시절인 1969년 만찬 참석 도중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응해 턱시도 안에 야경봉을 찔러 넣은 모습. 블루칼라 출신으로 단호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준 이 사진 덕에 리조의 정치적 입지가 높아졌다.
회화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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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적 특권을 은폐하는 백인들에 비판적인 저자는 미국 보수주의의 발전을 복지국가 확장의 실패나 좌우파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바라보고자 했다. 백인 블루칼라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경제적 구조조정과 싸우면서도 흑인을 포함해 중산층 백인들의 경제적 권력을 탈취하려는 자들과 이들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을 더 큰 위협으로 본다는 점을 언급하며, 보수주의가 자유주의의 한계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는 흑백 인종 갈등이란 변수가 있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에 정규직 직원들이 ‘공정’과 ‘역차별’을 내세우며 비난하는 모습, 재개발·재건축 지구에서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모습 등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비난하는 정치권 등의 혐오를 매개로 한 우파 포퓰리즘과 ‘선별적 수용과 거부’는 이 책이 남의 얘기가 아님을 보여 준다.
2022-04-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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