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도날드
한은형 지음/문학동네/328쪽/1만 4500원
트렌치코트 입고 음식점 머물러
“지하 식당 시시”… 호텔 요리 요구
허영심 속 개인적 행복 기준 추구
젊은 세대 미래 불안감과도 연결
2010년 12월 방송에 소개된 ‘맥도날드 할머니’ 권모(당시 70세)씨의 생전 모습. 매일 서울 정동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 나타나 새우잠을 자고 영자신문을 읽는 생활로 화제가 됐다. 고인은 2013년 무연고 변사자인 채로 사망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방송화면 캡처
한은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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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자는 실존 인물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어머니에 의해 어렸을 때부터 ‘공주’처럼 키워져 웬만한 남성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레이디’로 불리길 원하며 일본문화원에서 예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 소설에서 김윤자의 일상을 풀어 놓는 방송은 PD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 사람의 삶을 자극적으로 난도질해 대중에 먹잇감으로 던져 준다. 작가는 특히 “종교 문제랑 정부랑 직접적으로 붙는 이슈는 안 돼”(223쪽)라며 가십성 소재로 김윤자 이야기 후속편을 강요하는 방송국 상사의 모습을 보여 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매스컴의 속성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김윤자의 기행은 달리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계절을 막론하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닌 것은 단정함과 예의로, 호텔에서 분이 넘치는 식사를 추구한 것도 예민한 안목을 지닌 미식가적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죽기 전 마지막 성찬을 즐길 수 있길 바란 애처로움으로 풀이된다. 영어 단어를 섞어 가며 현학적 어투를 구사해 대중의 반감을 샀지만, 그만큼 배움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는 열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하루를 살더라도 멋있게 살고자 하는 욕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람이면 누구나 꿈꾸는 것 아닐까.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방식, 그러니까 흔히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삶의 방식 말고는 잘 상상하지 못했다”(113쪽)는 독백은 의연하고 독립적인 김윤자의 삶의 태도를 조명하며,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에 충실함으로써 삶을 채워 갈 수 있다는 일종의 항변으로 읽힌다.
더군다나 지금 젊은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렵고,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해 아예 출산을 포기한다. 김윤자의 말년은 현 젊은 세대가 한 번쯤은 예감해 봤을 불안감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분이 저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분이 어떤 마음일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며 “유독 튀는 개인주의자를 환영하지 못하며 집단의 논리, 전체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수로부터 ‘별종’으로 여겨지는 존재들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각각의 삶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는 사유의 힘이 돋보인다.
2022-04-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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