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리처드 윌리엄스 지음/김수연 옮김/현암사/336쪽/1만 6000원
뉴욕 마천루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윌리엄스 교수는 저서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에서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공간이며, 도시 계획가나 건축가의 의도가 아닌 상호작용하는 여러 프로세스가 빚어낸 결과”라고 정의한다.
이 중 도시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본이다. 저자는 우리가 도시에서 마주하는 건축물들의 상당수가 자본의 증식, 즉 부동산 투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마천루를 뽐내는 미국 뉴욕 맨해튼은 전 세계에서 부동산이 가장 비싼 곳이지만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고층 빌딩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돈을 묻어 두는 ‘개인 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 워키토키 빌딩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파리 퐁피두센터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핼킨 메이슨·리처드 윌리엄스 제공
성적 욕망도 도시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의 첼시 부둣가는 1960년대까지 해상 운송의 중심지였지만 쇠퇴를 거듭하며 남성 동성애자의 만남의 장소가 됐고 예술가들은 이 지역을 주목했다. 이곳에 휘트니미술관이 들어서며 세계 미술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저자는 도시 형태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요소로 노동도 꼽는다. 도시에서는 노동이 사람과 사물의 특정한 흐름을 만들고, 하루의 리듬을 만들며 이미지와 정체성을 제공한다. 20세기 미국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포드의 도시로 작은 도시 하나 크기였던 포드의 공장들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도시를 지배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학 캠퍼스형으로 일터를 조성해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다.
저자는 “우리가 보는 도시의 모습은 계획하고 설계하지 않은 요소들이 결합해 나타난 결과이며 미술, 영화, 대중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직접 찍고 공유하는 사진들과 더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책을 맺는다. 아울러 도시를 비현실적인 미적 기준에 따라 볼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이쯤 되니 서울은 세계인에게 어떤 도시로 기억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1-11-26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