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몰려온다/제프 구델 지음/박중서 옮김/북트리거/480쪽/2만 1000원
미국 시카고의 브릭하우스 호텔을 들어올리는 모습. 1857년 나무 타래송곳 장치(작은 기중기) 수천개를 이용해 5층짜리 건물을 유리창 하나 깨지 않고 들어올렸다고 한다. ‘돋워진 도시’ 시카고의 19세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북트리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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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0여년 동안 기후 문제에 천착한 언론인이다. 실제와 가상의 미래를 적절히 섞어 논픽션 소설처럼 책을 썼다.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하자거나, 바닷물을 남극 대륙으로 퍼올려 얼리자는 등 지구공학 분야의 여러 논의들도 곁들였다.
미국의 건축가 레이날도 보르헤스가 구상한 마이애미 비스케인만의 플랫폼 도시 상상도. 인간의 기술력은 해수면 상승에 맞서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돈과 시간이 인간의 편이 아닐 경우 기후변화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밖에 없다.
북트리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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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해수면 상승은 막을 수 없다. 이미 발생한 온실가스는, 인류가 당장 화석연료를 완전히 포기한다 해도, 수천년이 지나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인류가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어할 수만 있다면 이번 세기의 해수면 상승은 60㎝에 그칠 수 있다. 부랴부랴 각국 정상들이 모여 협의를 합네 호들갑을 떠는 건 결국 해수면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늦춰 보자는 것이다. 인류가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한 건축가는 이런 농담을 던졌다. “돈만 충분하다면 무슨 일에서건 살아남을 방법을 기술적으로 고안할 수 있다.” 한데 이 건축가는 중요한 전제 하나를 놓쳤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인류의 편이어야 한다. 미국처럼 부자 나라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시간도 인류에 호의적이지 않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후 모델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정한 임계점이 지나고 나면 기후변화는 인류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1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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