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 삵도, 속리산 담비도… 가장 무서운 건 길 위의 자동차

올림픽대로 삵도, 속리산 담비도… 가장 무서운 건 길 위의 자동차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11-04 17:24
수정 2021-11-0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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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지음/책공장더불어/352쪽/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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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만 마리. 우리나라에서 매년 길에서 죽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수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여 헛되게 죽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국립생태원에서 생태축 보전, 생태통로 개선, 로드킬 저감을 주제로 연구해 온 저자는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죽음의 무게를 전한다.

저자는 도시와 숲, 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과 독자들의 거리를 먼저 좁힌다. 서울의 강서습지에서부터 한강 인근, 속리산과 지리산 깊은 골짜기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는 근처에도 야생동물이 숨쉬고 있음을 소개한다. 트랩을 설치해 그곳에 찾아온 동물들을 발신기로 무선 추적한다. 강서습지에서 만난 삵 영준이, 올림픽대로를 넘나든 암컷 삵 주선이, 경인운하 건설로 터전을 잃은 너구리 갑돌이와 갑순이, 속리산에서 찾은 담비 가족 등의 움직임과 특성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진다. 오랜 시간 그들을 기다리고 차분히 눈높이를 맞춰 따라가던 저자를 통해 생태과학자의 세심한 연구도 엿볼 수 있다.

쉬운 언어에 사진과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더욱 실감 나게 동물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이들이 맞는 최후가 더욱 묵직하고 참담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무선 추적한 야생동물 13마리 가운데 6마리가 길에서 죽고 말았다.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대형 육식동물들이 떠난 도시와 도로에서 이제 최상위 포식자는 자동차가 돼 버렸다.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봤을 길 위의 동물 사체는 전체 로드킬 사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로드킬로 인한 야생동물의 희생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경고도 따라온다.

책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큰 야생동물들과의 공존을 강조한다. 지난 9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532개의 생태통로를 더욱 늘리고, 야생동물들이 도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도로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며 로드킬을 막아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내놨다. 책 말미엔 운전자의 로드킬 대처법도 자세히 나온다. “지구라는 조그만 별을 나눠 쓰는 운명 공동체”인 야생동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가 절실하다는 메시지에 힘이 실렸다.



2021-11-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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