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한계는 내가 정한다” 하겠나? 울트라 러너 심재덕이니까

누가 감히 “한계는 내가 정한다” 하겠나? 울트라 러너 심재덕이니까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0-07 03:52
수정 2021-10-0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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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됐는데 어느덧 신화처럼 다가왔다. 키 163㎝로 아담한 체구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존중을 받는 심재덕(52) 씨.

그가 자신의 달림이 삶을 되돌아 본 책 ‘나는 울트라 러너다’(여름언덕)를 펴냈다. 부제가 무람하기 짝이 없다. “한계는 내가 정한다”

고교를 졸업한 뒤 1987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30년 넘게 배 만드는 일에 열중하면서 계속 달리고 있는 그다. 처음 책을 받고는 2005년 일본 노베야마 고원 마라톤 100㎞ 우승에 이듬해 미국 MMT 100마일 대회에서 미국의 전설 칼 멜처를 극적으로 제치고 우승했으며 같은 해 일본 하세가와 쓰네오 컵(71.5㎞) 우승, 무엇보다 마라톤 풀코스 ‘서브 3’ 기록을 국내 최초로 100회 채운 뒤 2018년 1월에 300회를 넘어선 비결이 궁금해 책장을 넘겼다. 아침에 마라톤 풀코스를 뛴 뒤 오후에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일은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책장을 넘길수록 스물다섯 살 때 기관지확장증이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달리기를 택한 그가 마치 라인홀트 메스너가 산과 자연을 일종의 종교처럼 구도한 것처럼 달리기를 통해 길의 의미를 찾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마음 또한 글을 따라 쉬지 않고 달렸다’고 했다.

당연하고도 당연하게 비결이란 없다고 했다. 책장을 다 덮고 나니 그의 달리기 실력만큼이나 글 솜씨가 대단했다. 꾸밈이 없는 간결하고 소박한 문장은 그의 달림만큼이나 매끄러웠다. 성경에나 쓰이고 일상에서는 거의 사라진 ‘완악하다’ 단어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얼떨결에 2017년 제5회 베트남 산악마라톤의 21㎞ 코스를 달려 본 기자로선 그가 오랜 세월 모아 온 꼼꼼한 자료들에 감탄했다. 달리며 인연을 맺은 장보영 기자가 원고를 다듬은 모양인데 탈·오자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퇴고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한 문장은 매력적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책을 소개한 글에서 스포일러가 있으면 안된다고 되뇌었다. 기자로선 회사 일 열심히 해 가족을 부양하는 틈틈이 마라톤과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트레일 러닝 대회에 나가 한계에 도전하는 그가 평생의 신조로 삼고 있는 달리기 철학보다 이 땅의 신산한 삶을 견뎌 온 노동자로서의 삶, 그의 달리기를 물심 양면으로 도운 부인 이연희 씨와 여동생 심옥녀 씨, 그의 달림이 스승들과 회사 동료들, 일본의 ‘세 번째 아버지’에게 공을 돌리는 그의 자세가 더욱 돋보였다.
영광과 전설로만 듣던 그의 달림이 역정에서 역시나 실패나 좌절의 순간도 못지 않았다는, 새삼스러운 고백도 가슴에 와 닿았다. 4부 의 ‘어깨로 달린다’와 ‘팔 할이 팔이다’ ‘눈 달리기의 시작과 끝‘은 트레일 러닝이나 울트라 마라톤에 입문하거나 숱한 성과를 거둔 원숙한 달림이에게도 그야말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이 될 것 같다. 무하마드 알리나 요한 크루이프,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의 명제를 적절히 인용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길을 달리는 행위를 통해 도(道)를 깨치고 싶다면 이 책을 열어보라, 감히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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