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법칙/한병진 지음/곰출판/280쪽/1만 6000원
김일성·마오쩌둥·스탈린 사례 분석독재자, 2인자로의 세력 분산 경계
공동지식 제한해 비판적 행동 차단
언론중재법, 민주주의에 균열 우려
1950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오른쪽) 주석과 만나 건배하는 김일성 북한 주석. ‘독재의 법칙’은 두 독재자를 비롯해 역사 속 독재자가 실행한 처세술, 권력의 속성과 유지 방식 등으로 독재 체제의 형성 과정과 작동 원리를 찾는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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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법칙’은 독재 권력을 잡으려는 자들의 유형과 그 특징,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처세술과 생존 법칙을 살핀다. 독재자가 자신의 독재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공동지식’과 ‘공유지식’을 이용하는지, 이 과정에서 개인 우상화와 잔인한 숙청이 왜 불가피했는지 구소련(스탈린), 중국(마오쩌둥), 이라크(후세인), 북한의 실제 사례 등으로 들여다본다.
체제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권력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권력은 누구와 나눌 수도 없고, 초반에 승기를 잡는 게 유리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외쳤던 이들의 약속을 믿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렸지만, 2인자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우리 현대사 인물들에게서도 이런 성향이 보였다. 구소련에서 권력을 나누겠다며 당헌을 고친 고르바초프가 결국 체제 붕괴를 부른 것도 이런 이유다. 권력 투쟁에선 승리의 경험을 쌓을수록 힘이 커지고, 따르는 엘리트 무리가 공고해진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독재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재로 ‘공동지식’과 ‘공유지식’을 눈여겨보라고 강조한다. 다수의 기대와 예상이 하나로 수렴될 수 있도록 돕는 통념과 여론, 신념, 관습, 법 등이 공동지식이라면, 독재자는 일부만 알고 있는 공유지식을 선호한다. 쉽게 말해 카카오톡 단톡방이 공동지식이라면 일대일 대화가 공유지식으로 볼 수 있다. 당연히 독재 권력은 시민들 사이에 공동지식이 형성될 계기를 주지 않으려 한다. 그 첫걸음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금지해 집단행동을 선도하는 핵심 대중을 결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도 이런 저의가 엿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결국 저자는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개인 독재화가 독재자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나 카리스마가 아닌, 독재정치의 구조적 경향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독재 탄생의 핵심을 법, 총, 카리스마, 쿠데타 등에서 찾기보다는 혼탁한 정보와 조작된 여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것들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순진함에서 바라봐야 독재정치의 주요한 수수께끼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다시 독재로 회귀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균열이 보이는 지금 상황 속에서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2021-09-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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