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첫 소설이라는데…‘대필 작가’ 등 무수한 논란 남겨

AI가 쓴 첫 소설이라는데…‘대필 작가’ 등 무수한 논란 남겨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8-25 19:31
수정 2021-08-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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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금으로부터의 세계’감독 김태연씨
“문학적 평가는 독자 몫...소설 폭 넓혀”
창작 기술 비공개...인간 통찰 반영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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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를 기획한 김태연씨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AI가 쓴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를 기획한 김태연씨가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쓴 장편소설이라고 내세운 책이 출간됐다.

파람북 출판사는 25일 소설 ‘지금으로부터의 세계’를 출간하고 나서 국내 최초 AI 장편소설이라고 발표했다. 이 작품은 지체장애인 수학자, 정신과 의사, 수학과 교수인 벤처 사업가, 천체물리학자, 스님 등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각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소설의 저자인 ‘AI 비람풍’을 개발하고 창작 작업을 감독했다는 김태연 소설 감독은 이 AI 기반 소설의 창작 작업에 7년 정도가 걸렸다고 밝혔다. AI 스타트업 ‘다품다’ 대표인 김 감독은 ‘비람풍’에게 과거 자신이 썼던 소설을 포함해 약 1000권의 자료를 입력했고, 실리콘 밸리의 기술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설의 기본 구조와 플롯, 등장인물 등은 모두 그가 설정한 것으로 사실상 ‘공동 창작’에 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AI를 이용한 엽편소설 공모전이 열린 적 있지만, AI가 단행본 장편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딥러닝을 탑재한 ‘비람풍’은 이 설정들에 맞춰 본문 문장을 만들었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김 감독이 명령어를 조정해 다시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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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세계’ 책표지. 파람북 제공
‘지금부터의 세계’ 책표지.
파람북 제공
아직은 AI가 자신의 힘으로 장편 한 권을 오롯이 작성하기는 어려워 일종의 ‘대필 작가’에 가깝다. ‘지금부터의 세계’ 역시 글의 주제와 소재, 배경,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일은 김 감독의 몫이었다. 예를 들어 김 감독이 ‘용감한 공주가 사악한 왕자에게 사로잡힌 아름다운 용을 구출하러 가는 이야기를 써 달라’ 라고 AI에게 문제를 설정하고 도입 부분을 작성해 주면 AI가 그에 맞춰서 세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집필이 진행됐다. 세부 이야기 작성을 위해 AI는 최소 100편 이상의 고전과 논문, 기사 등을 학습했다고 한다. 이후 결과물 정리는 다시 김 감독이 맡았다.

문장력은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다만 아직 AI에게 부족한 문학성을 보완하도록 소설 속 운문은 김 감독이 썼다고 한다. 그는 “7년 동안 작업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며 “문학적 평가는 독자의 몫이겠지만 한국 소설의 폭을 조금 더 넓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창작에 사용된 기술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하길 꺼렸다.

기술 발전으로 소설의 내적 완성도가 높아져도 인간의 고뇌와 통찰이 들어간 문학 작품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소설엔 작가가 사는 시대와 사회의 모습, 작가가 가진 인문학적 고민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AI 작가가 문장 기능공일 뿐이란 논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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