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앞 작동된 ‘마음속 계산기’…변화 싹 짓밟는 ‘침묵의 카르텔’

불의 앞 작동된 ‘마음속 계산기’…변화 싹 짓밟는 ‘침묵의 카르텔’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1-08-19 17:46
수정 2021-08-20 01: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주변 사람 많을수록 ‘책임 분산’ 더 넓게 확대
도움 필요한 사람 보고도 방관하는 현상 심화

사회적 비용 등 도움의 결과 두려워 눈 돌리다
성추행 피해자 극단 선택처럼 더 큰 비극 초래

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효과/캐서린 샌더슨 지음/박준형 옮김/쌤앤파커스/364쪽/1만 7000원

주변의 무관심 탓에 빚어지는 불행한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 개입해야 할 상황에서조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 찍기에만 골몰하는 사례도 있다. 집단 따돌림이나 보복이 두려워 시선을 돌리는 조직 내 방관은 더 흔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다른 사람이 나설 것이라 생각하고 개입하지 않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이 현상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심해진다. ‘책임 분산’이 더 넓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방관자 효과’는 침묵과 방관, 무관심이 불러온 나비효과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각종 심리학 연구와 뇌 반응 측정 등의 실험을 통해 행동보다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인간 본성을 파헤친다.

‘방관자 효과’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간명하다. “비상시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그 상황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와 반비례하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저자는 원인을 세 가지 꼽았다. 첫째는 응급상황 여부가 모호할 때다. 저자가 참여한 한 연구에서 남녀가 길에서 싸우는 실험을 했다. 둘이 낯선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때는 실험 참가자의 65%가 남성의 폭력을 막기 위해 적극 개입했다. 한데 둘이 부부라고 판단되면 불과 19%만 개입했다. 공연히 부부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싸우는 이나 개입한 이나 어색함과 당혹감만 안게 될 수 있다. 이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불확실할 때는 도움을 줄 가능성도 낮아진다.

두 번째 원인은 주변이 집단 환경일 때다. 설령 문제가 있다고 인지해도, 여럿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나설 것이라 가정하고 굳이 나서지 않는다. 이는 멘탈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뇌가 방관자 자세를 취하도록 반응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응급상황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을수록 뇌의 시각적 인식과 집중을 처리하는 부분이 활발해졌다. 다른 이들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이어질 준비를 담당하는 운동 피질 등의 부분은 활동성이 떨어졌다.

셋째, ‘마음속 계산기’가 작동할 때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움이 초래할 수 있는 안전, 직업적 기회, 사회적 비용 등의 결과를 두려워한다.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한다. 낡고 권위적인 조직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보복의 가능성이 낮을 때조차 조직 구성원들은 그릇된 행동을 못 본 척하려고 한다.

미국 경찰을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 약 80% 정도가 경찰 문화에 ‘침묵의 규율’이 존재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절반 가까이는 동료들의 잘못을 목격하고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범죄가 발생하는 우리의 군 문화에도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방관은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방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저자는 윤리적 리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면서도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무관용,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 문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데도 외면하고, 다른 누군가 행동하기를 기다린다면 그 결과도 수용해야 한다”면서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는 마틴 루서 킹의 연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2021-08-20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