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물 콘서트/프라우케 바구쉐 지음/배진아 옮김/흐름출판/396쪽/1만 8000원
지구 3분의2 거대 생태계바닷가재·해달 내밀한 사생활부터
인간 주도 ‘골드러시’ 폐해 지적까지
바닷속 유영하듯 저자 경험 펼쳐
“해양 파괴 땐 산소 고갈” 지적도
다양한 산호와 물고기들이 공생하는 몰디브 연안의 바닷속. 저자가 해양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곳이다.
흐름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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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가 시작되면 암컷은 껍데기를 벗는다. 이후는 보통의 생물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껍데기를 벗어 허약해진 암컷은 며칠 더 수컷의 동굴에 머물며 벗었던 갑옷이 다시 단단해지기를 기다린다. 사랑꾼 수컷은 세심하게 암컷을 보살핀다. 물론 여기엔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을 터다.
책은 일종의 해양 개론서다. 크고 작은 바다 생물들의 사생활부터 이들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지구의 천적’인 인간의 탐욕스런 바다 자원 개발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짚어 낸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현장감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바다 위 아래에서 체득한 경험들이 잔뜩 담겼다. 이 덕에 내용 하나하나가 바닷속을 유영하듯 생생하다.
입을 벌려 먹이를 빨아들이는 만타가오리. 덩치는 커도 한없이 순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흐름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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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도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다. 매춘이다. 산란철이면 둥지를 짓는 재료인 자갈이 품귀현상을 빚는데, 암컷은 돌을 얻기 위해 짝 몰래 이웃 동네의 독신 수컷에게 몸을 판다. 아델리 펭귄은 부상당한 암컷을 성폭행하거나, 죽은 펭귄을 능욕하는 변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울러 몸통 8배 길이의 생식기를 가진 따개비, 고환 하나의 무게가 70㎏에 달하는 ‘생식기의 제왕’ 대왕고래 등 해양 생물들의 내밀한 세계가 섬세하게 펼쳐진다.
몰디브 연안의 산호에서 살고 있는 비늘돔 무리. 해양 생물들은 이처럼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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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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