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래잡이
더그 복 클락 지음/양병찬 옮김
소소의책/488쪽/1만 9000원
라말레라 부족의 라마파(작살잡이)가 고래 몸통에 작살을 꽂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라마파는 라말레라 남성 사회의 최고 영예지만 강렬한 태양 아래 쉼없이 목표에 시선을 고정해야 해서 실명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고래의 공격에 사망하는 때도 있다.
소소의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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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항하는 라말레라 선단. 간혹 테나(목선)가 고래에 끌려가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소소의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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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말레라 부족이 렘바타섬에 정착한 건 대략 500년 전이다. 서태평양을 덮친 쓰나미로 삶의 터전이 초토화되자 이주해 왔다. 한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조차 ‘뒤처진 땅’이라 부를 만큼 후미진 곳이란 게 문제였다. 땅은 메말라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해안은 바위투성이였다. 그러다 시선을 돌린 게 앞바다에 떼 지어 다니는 향유고래였다. 수십t에 달하는 고래 한 마리면 마을 사람 모두가 몇 주 동안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가오리, 돌고래 등에게도 작살을 겨누지만 주요 사냥감은 역시 향유고래다. 지금도 300여명에 이르는 부족의 사냥꾼들이 1년 평균 스무 마리의 향유고래를 잡아, 21개 가문의 1500명에게 고기를 나눠 준다. 라마파(작살잡이)가 가장 좋은 부위를 가져가고, 과부나 고아 등 사냥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도 동등하게 고기를 받아간다.
저자 더그 복 클락.
소소의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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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사냥은 라말레라 부족의 삶과 정체성의 근간이다. 먹거리가 바뀌면 이들의 습속도 바뀌게 될 것이다.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저자는 “하나의 문화를 잃는다는 것은 하나의 별이 아닌 별자리 하나가 통째 불타 없어지는 것에 비견된다”며 “그것은 과거와 미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1-05-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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