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균형
최승필 지음/헤이북스/396쪽/1만 8800원
독일에서 경제공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에서도 일해 온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의 균형’에서 경제, 정치, 기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표출되는 법의 모습을 짚는다. 더불어 법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법의 정의를 논의한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이익 충돌의 환경은 점점 복잡해진다. 여기서 법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위기와 재정건전성 사이, 방역과 국민의 자유의 대립, 기술 발전과 규제의 필요성 가운데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완벽한 법은 없지만 좋은 법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당한 권리 사이가 투쟁할 때, 법의 정의는 균형에 있다. 균형을 위해서는 시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가 없다면 법은 형식일 뿐이며, 억압을 통해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불완전하지만 균형적 합의를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 점차 정의로 다가간다.
이때 필요한 건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균형 잡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회가 그렇지 않다”는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스스로 불균형적이지 않은지, 혹은 방관자가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법의 개선을 이끄는 것은 결국 시민의 힘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1-05-07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