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봉곤 작가 이어 문단윤리 논란 불거질 듯
소설 ‘항구의 사랑’
민음사 제공
민음사 제공
‘김세희와 18년 동안 친구’라고 소개한 A씨는 최근 ‘별이, H, 칼머리’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김세희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H’이며, 김세희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로 인해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포함한 3가지의 피해 사실을 겪었다”면서 “김씨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김씨로 인해 성 정체성 노출과 함께 자신과 가족들의 사생활과 사적 비밀이 노출돼 고통을 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구의 사랑’은 민음사에서 2019년 6월 출간됐고, ‘대답을 듣고 싶어’는 2019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작품이다.
A씨는 지난해 말 민음사와 문학동네에 이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사과를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학동네 측은 문학동네 2019년 여름호를 이번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한시로 판매 중지한다고 회신해왔다고 전했다.
민음사 측은 25일 A씨의 주장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별이, H, 칼머리’(이하 별이)님이 받았을 심적 고통에 대해 더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도 “별이님과 작가 사이에 입장 차이가 확연함을 확인했다. 이에 민음사는 별이님에게 작품 속 인물이 자신임을 특정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대해 알려줄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단은 지난해에도 일부 작가의 사적 대화 및 사생활 노출, 아우팅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봉곤 작가가 단편소설 ‘그런 생활’과 ‘여름, 스피드’를 통해 지인들과 나눈 사적 대화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생활을 노출한 게 드러났다. 이에 해당 소설이 실린 소설집을 출간했던 창비와 문학동네는 판매 중지와 환불 조치를 해야 했다. 김봉곤 작가는 또 문학동네에서 받은 제11회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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