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고요하지 않다/마들렌 치게 지음/배명자 옮김/흐름출판/320쪽/1만 8000원
체내수정을 하려면 앞서 암수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수컷은 큰 암컷과 짝을 지으려고 하지만 떼 지어 사는 탓에 암수가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들은 ‘삼각관계 소통’을 선택했다. 경험이 없는 수컷 몰리는 다른 수컷이 어떤 암컷을 선택하는지 지켜보다 그대로 따라한다. 노련한 수컷은 경쟁자의 ‘훔쳐보기’에 맞서 연막전술을 쓴다. 자신의 ‘여성 취향’을 숨기고 작은 암컷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노련한 녀석이든, 연막작전에 넘어간 신출내기든, 선택의 시간 이후는 인간과 같다.
동식물들은 냄새, 소리, 동작, 모양, 색상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소통한다. 책이 주목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시골 토끼와 도시 토끼의 대화법이 어떻게 다른지, ‘포유동물의 소셜미디어’ 공중변소에선 어떻게 여러 동물들의 정보가 교환되는지, 버섯이 어떻게 덫을 놓으며, 물고기는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흐름출판 제공
‘사기꾼’ 곤충난초(그림)는 암컷 흑벌을 닮은 꽃과 향기로 수컷을 유혹해 수분에 활용한다.
흐름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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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얻는 건 동식물 세계에 대한 경이로운 발견이다. 멀리서는 고요해 보이는 숲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많은 소리와 빛, 냄새들로 떠들썩하다. 저자는 “더 자주 삼림욕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자연에서 보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예기치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1-04-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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