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낸시 매클린 지음/김승진 옮김/세종/524쪽/1만 9000원
매클린이 지목한 두 ‘원흉’은 바로 1986년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과 억만장자 찰스 코크이다. 매클린은 뷰캐넌이 재직했던 조지메이슨대에 방치된 한 문서보관소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문서들을 훑어 그 흑막사를 낱낱이 공개한다. 뷰캐넌은 “우리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정치구조에서는 독재가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는 언급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코크는 우파 경제학자 뷰캐넌을 철저하게 신봉했고 1970년대부터 뷰캐넌 사상을 전파하는 우익단체들에 거대한 돈을 투자했다.
두 사람은 특히 학계와 정치권에 구축한 영향력을 급진 우파가 지지하는 법안의 통과에 활용하는 방식을 밀어붙였다. 책에 따르면 그 은밀한 작전의 효과는 전방위에 걸쳐 나타난다. 2011년 위스콘신주는 노조 관련 법안을 손질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협상권을 대부분 박탈했다. 그 무렵 공화당이 지배하는 몇몇 주에서는 사립학교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공립대학을 포함한 공립학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41개 주에 걸쳐 저소득층이나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노인층 투표를 제약하는 법안이 180건 이상 발의됐다. 2013년엔 ‘오바마 케어’ 예산을 깎기 위해 16일간이나 정부를 셧다운시킨 사태도 있었다.
지금 코크가 형성한 네트워크에는 공화당 당직자보다 세 배나 많은 인력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도 코크의 네트워크에 속한 기관 중 여러 곳과 일한 바 있는 주요 일원임을 밝혀낸 저자는 코크와 뷰캐넌의 이른바 ‘자유지상주의’ 운동을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다른 이들의 삶에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에 대해서는 어떤 간섭도 들어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인구 집단을 병리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분할하려는 운동에 불과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11-29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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