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노트 2020/염한결 등 7명 지음/북스톤/296쪽/1만 5000원
신간 ‘2020 트렌드 노트’는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본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월 1억 2000만건의 소셜 빅데이터에서 1000여개 키워드를 뽑아 변화상을 관찰한다. 몇 년간 떠오른 키워드들을 살펴본 뒤 우리 사회가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아 모이고 흩어지는 혼자만의 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활변화관측소는 설명한다. ‘혼○’과 같은 유행어는 관계 단절이 아닌, 즐거움을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적극적인 행동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책은 이를 바탕으로 해 우리 사회의 공간, 관계, 소비의 변화에 집중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집을 꾸미고자 조명, 수전, 문고리 등을 공부하고, 서툴지만 셀프 페인트칠을 한다.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어차피 소비할 것, 가급적 더 좋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왕이면’이라는 단어의 언급도 부쩍 늘었다. 택시보다 비싸지만 기사가 말을 걸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 ‘타다’ 이용률이 급격하게 늘어난 게 무관하지 않다. ‘○○계의 명품’이란 말도 유행어가 됐다. 1개에 2만원이 넘는 ‘루치펠로’와 같은 고가 상품을 일명 ‘치약계의 샤넬’로 부르는 식이다.
공간, 관계, 소비 변화를 읽다 보면 앞으로 어떤 사업이 유망할지 짐작할 수 있다. ‘셰어하우스’나 ‘공유오피스’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는 않다. 사람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은 관심사이지 사적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장사를 잘하려면 소비자와 친구가 되라고 강조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작업물을 멋지게 소개하고, 질문이 들어오면 친절하게 답하는 목수나 도배사에게 일을 더 맡기고 싶은 것처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9-10-25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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