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내가 알았던, 또 몰랐던 나무에 관한 이야기들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내가 알았던, 또 몰랐던 나무에 관한 이야기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9-08-01 23:16
수정 2019-08-0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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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로 책이 오면 등받이가 없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봉투를 뜯고 책을 펼쳐 봅니다. 예전 문화부에 있던 선배가 집에서 가져온 겁니다. 앉을 곳이 있다는 건 다행이지만, 낮고 작아 다소 불편합니다. 마침 아들 침대를 만들다 남은 나무가 좀 있어서 꺼내 들었습니다. 스프러스 계열 구조재인 ‘투바이포’라는 나무로, 아주 튼튼하고 묵직합니다. 뚝딱뚝딱 잘라 의자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주말 동안 나무를 만지며 상쾌한 땀도 흘렸습니다.

목공에 빠져 있는 터라 최근 나무에 관한 책 2권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40여년 동안 목재상이자 컨설턴트로 일했던 김민식씨의 ‘나무의 시간’(b.read브레드)은 그동안 알고 있던 나무에 관한 지식을 넓혀 줍니다. ‘붉은 소나무’로만 알았던 ‘홍송’이 잣나무라는 사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소나무야, 소나무야’는 ‘전나무야, 전나무야’로 불러야 맞다는 내용이 새롭습니다. 우리 조상이 그토록 귀하게 여긴 소나무가 지구상에 가장 흔한 나무이며, 습기에 약해 쉽게 썩는다는 부분에도 눈길이 갑니다. 우리 조상은 절이나 집을 지을 때 수분 함유율을 뜻하는 ‘함수율’을 최소로 낮추고자 소나무를 수십년 동안 자연 건조했는데, 그런 걸 잘 모른 채 무작정 쓰다 보니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합니다. 40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나무를 거래한 이의 방대하고 깊은 경험을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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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고학자로 수많은 유적지를 누비던 맥스 애덤스의 ‘나무의 모험’(웅진지식하우스)은 나무에 관한 역사책입니다. 태초의 인간이 개암나무 열매로 허기를 달랬고, 참나무를 쪼개 집을 짓고 배를 만들어 미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나아간 과정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나무야말로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지혜를 선사한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16만㎡ 삼림지를 사들여 숲에 살며 책을 썼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저 목공용으로 쓰던 나무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장맛비가 그쳐 갑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고 싶은 날입니다.

gjkim@seoul.co.kr

2019-08-02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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