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묻은 구슬사탕/김기팔 지음/ 장경혜 그림/개암나무/48쪽/1만 3000원
백희는 부모가 누구인지 몰랐다. 누가 자신의 이름을 지어 줬는지, 어떻게 주인집에서 살게 됐는지도 몰랐다. 여덟 살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가냘팠다. 주인집 식구들은 먹여 키우는 값을 받는다는 생각에선지 조금도 동정하지 않고 마구 부려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때리고 꾸짖고 잠시도 가만두지를 않았다.
하루는 주인아주머니가 구슬사탕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구슬사탕은 주인집 아가의 약가심용이다. “한눈팔지 말고 빨리 갔다 와!” 하고 돈을 주던 주인아주머니의 눈에는 무슨 영문인지 노기가 어려 있었다. 백희는 구슬사탕을 얼른 사들고 집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심술쟁이 정돌이가 나타났다. 정돌이는 하나만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건 안 된다. 빨리 가지 않으면 주인아주머니에게 매 맞아.”, “꼭 한 번만 빨아 먹게 하면 너하고만 친구 할게. 애들이 너 때리면 그 애들 내가 막 때려 줄게.” 백희는 친구가 없었다. 동네 같은 또래 여자아이들은 백희만 보면 엄마 아빠 없는 계집애라고 업신여겼고 어떨 땐 때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백희는 힘센 정돌이가 친구가 돼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지 생각했다.
정돌이는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이나 빨아 먹고서야 돌려줬다. 백희는 침 묻은 구슬사탕을 그냥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갔다. 주인아주머니는 구슬사탕에 묻은 침을 찾아냈다. 백희의 머리카락을 감아쥐고 마구 때렸다. 백희는 아무리 매를 맞아도 정돌이가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친구가 돼 주겠다는 정돌이를 잃을까봐서다.
우리나라 아동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골라 새롭게 출간하는 ‘우리 빛깔 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동화다. 작가는 이야기 내내 백희의 애처로운 삶을 안타깝게 어루만지며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우리 곁에는 백희처럼 학대받고 사는 가엾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백희 이야기를 읽으며 남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참새와 순희’가 당선돼 등단했다. 초등 1~3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백희는 부모가 누구인지 몰랐다. 누가 자신의 이름을 지어 줬는지, 어떻게 주인집에서 살게 됐는지도 몰랐다. 여덟 살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가냘팠다. 주인집 식구들은 먹여 키우는 값을 받는다는 생각에선지 조금도 동정하지 않고 마구 부려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때리고 꾸짖고 잠시도 가만두지를 않았다.
그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심술쟁이 정돌이가 나타났다. 정돌이는 하나만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건 안 된다. 빨리 가지 않으면 주인아주머니에게 매 맞아.”, “꼭 한 번만 빨아 먹게 하면 너하고만 친구 할게. 애들이 너 때리면 그 애들 내가 막 때려 줄게.” 백희는 친구가 없었다. 동네 같은 또래 여자아이들은 백희만 보면 엄마 아빠 없는 계집애라고 업신여겼고 어떨 땐 때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백희는 힘센 정돌이가 친구가 돼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지 생각했다.
정돌이는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이나 빨아 먹고서야 돌려줬다. 백희는 침 묻은 구슬사탕을 그냥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갔다. 주인아주머니는 구슬사탕에 묻은 침을 찾아냈다. 백희의 머리카락을 감아쥐고 마구 때렸다. 백희는 아무리 매를 맞아도 정돌이가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친구가 돼 주겠다는 정돌이를 잃을까봐서다.
우리나라 아동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골라 새롭게 출간하는 ‘우리 빛깔 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동화다. 작가는 이야기 내내 백희의 애처로운 삶을 안타깝게 어루만지며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우리 곁에는 백희처럼 학대받고 사는 가엾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백희 이야기를 읽으며 남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참새와 순희’가 당선돼 등단했다. 초등 1~3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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