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제임슨 ‘정치적 무의식’
프레드릭 제임슨(81)은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자본주의, 후기 마르크스주의적 문화이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비평가다. 그는 이미 35년 전 문학·문화의 비평에 있어 작품을 예단하고 재단하는 경향을 경계했다. 이는 개별 작품마다 갖고 있는 해석의 범주에 비평가들이 정직한 응답을 하기 이전에 미리 판단의 잣대를 설정하는 ‘윤리적 비평’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작가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평단의 전체 흐름에 쏠리는 몰비판적 비평 등에 대한 계언이었다.제임슨에게 가장 중요한 잣대는 역사와 역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변증법적 사유다. 그는 문학과 예술이 어떻게 집단·역사의 차원에서 모순적인 현실과 역사를 살아내고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밝혀내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그는 ‘비평에 담긴 가장 순진한 형식적 독해들조차도 그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기능에 있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특정 관점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실 속 비평이 갖고 있는 속성을 꿰뚫는 명제이다. 또한 비평이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더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역사성에 대해 복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넌지시 담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비평 용어로 자리잡은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개념 역시 궁극적으로는 역사성에 대한 강조다. 이는 개인적이거나 개별 심리적이지 않고 계급적·집단적·역사적 차원, 즉 정치적인 범주 속에서 모순적인 현실과 역사를 살아내기 위한 무의식적이고도 필사적인 반응을 말한다. 그는 또한 문학과 예술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모순을 서사화하는 부분에 주목하면서도 개별 예술작품들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해결해서 오히려 그 모순과 갈등을 은폐하는 데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해석법을 통해 ‘정치적 무의식’을 거침없이 설파하는 그조차도 ‘문화 비평의 특권적 위치를 아전인수 격으로 옹호하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라고 전제하긴 했다. 문학·문화 비평은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는 행위인 탓일 테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7-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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