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史

역사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史

입력 2015-06-12 23:52
수정 2015-06-1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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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루츠 라파엘 엮음/이병철 옮김/한길사/636쪽/2만 3000원

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 사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석, 평가하여 재구성할 때 확립되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책을 접하기 이전에 그 역사가가 처한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역사가들의 연구가 축적된 역사학은 그 시대의 문제의식과 담론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지난 두 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했던 몇몇 뛰어난 역사가들과 그들의 저작을 통해 ‘역사학의 역사’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근현대사를 전공한 루츠 라파엘이 기획한 책은 모두 27명의 거장 역사가들을 선정한 뒤 각 인물의 전문 연구자들이 그들의 생애와 저술, 그리고 영향을 소개한다. 소개된 ‘거장’들은 역사학 분야의 학문적 토론에서 현재적 영향력을 지니고 이후 세대의 역사가들에게 중요한 자극을 준 학자들이다. 이들은 역사학의 개념, 이론, 방법론, 작업 유형에서 대표적인 본보기가 되는 인물들로, 이들 대부분이 탁월한 문장가이며 역사적 소재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각자의 특이한 연출법으로 다룬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역사가가 아니면서 사회과학자로서 역사적 주제를 작업한 연구자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라파엘은 이들 거장에 대한 전기적 접근을 통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일정한 역사학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로마제국 쇠망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남긴 근대적 역사 서술의 개척자 에드워드 기번,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레오폴드 랑케, 민족역사가 쥘 미슐레, 역사적 연구와 문학적 구성을 결합한 테오도어 몸젠, 예술을 역사적으로 맥락화한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임박한 사회적 변혁을 역사적으로 유추해 낸 카를 마르크스, 역사 서술의 한계를 넘어선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 역사학의 거장이 된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 등이 차례로 거론된다. 또 유럽 중심주의에 도전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 대중독자를 확보한 고대사가 모지스 핀리, 사회사의 이정표를 세운 로런스 스톤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 역사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학문적 업적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은 역사학의 여러 가지 단면을 두루 여행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길잡이로 안성맞춤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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