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을 지킨 양심/법조삼성 평전 간행위원회 엮음/일조각/528쪽/5만원
힘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양심’은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고 미래 발전을 견인하는 민주주의의 으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 법의 세태는 ‘권력과 진영논리’에 치우친 횡포와 군림의 주체로 더 인식된다. 그래서 ‘법은 법다워야 한다’는 원칙에의 요구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이다. ‘한국 사법을 지킨 양심’은 법의 세태와 세태의 법을 꼬집기라도 하듯 ‘법의 양심’을 지켜 살았던 법조인 세 명을 부각시킨 평전이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이 그 주인공으로 한국 법조계에선 ‘법조삼성’으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다.
모두 전라북도 출신인 ‘법조삼성’은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민초의 존경과 애정을 받았던 ‘선비’ 면모를 갖춘 율사들이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꼽히는 김병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무료 변론했으며 해방 후에는 반민족특별법에 반대한 이승만 대통령을 공개비판한 일화로 유명하다. 화강 최대교는 서울지검장 시절 압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를 통해 검찰 양심을 지킨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런가 하면 천주교 신자였던 김홍섭은 청빈·검소한 생활로 법조계와 신앙계의 모범으로 숭앙된다.
‘법학을 가장 잘 배우는 길은 위대한 법사상가의 생애를 배우는 길’이라는 독일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의 말 그대로 책은 사법권에 대한 외압과 회유가 만연하던 시절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쳤던 양심적 법조인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그대로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어릴 적 성리학을 배워 의병활동을 했으며 신학문을 익혀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던 김병로는 대법원장 시절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대목이 도드라진다. 서울지검장 시절 백범 김구 피격사건을 지휘한 최대교는 현직 장관을 기소해 자리에서 축출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양심에 바탕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감자들을 사랑으로 돌본 ‘사도법관’ 김홍섭의 삶도 인상적이다.
전주지방법원 박형남 법원장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평전은 역사·인문학 교수를 포함한 10명이 작업에 참여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그동안 ‘법조삼성’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도 상당수 바로잡았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통해 책이 보여주고 싶은 으뜸의 메시지는 “고매한 인격과 대쪽 같은 성품, 청렴한 사생활, 법의 지배와 사법의 독립에 대한 신념과 용기”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힘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양심’은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고 미래 발전을 견인하는 민주주의의 으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요즘 법의 세태는 ‘권력과 진영논리’에 치우친 횡포와 군림의 주체로 더 인식된다. 그래서 ‘법은 법다워야 한다’는 원칙에의 요구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이다. ‘한국 사법을 지킨 양심’은 법의 세태와 세태의 법을 꼬집기라도 하듯 ‘법의 양심’을 지켜 살았던 법조인 세 명을 부각시킨 평전이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이 그 주인공으로 한국 법조계에선 ‘법조삼성’으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다.
‘법학을 가장 잘 배우는 길은 위대한 법사상가의 생애를 배우는 길’이라는 독일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의 말 그대로 책은 사법권에 대한 외압과 회유가 만연하던 시절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뇌하고 몸부림쳤던 양심적 법조인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그대로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어릴 적 성리학을 배워 의병활동을 했으며 신학문을 익혀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던 김병로는 대법원장 시절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대목이 도드라진다. 서울지검장 시절 백범 김구 피격사건을 지휘한 최대교는 현직 장관을 기소해 자리에서 축출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양심에 바탕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감자들을 사랑으로 돌본 ‘사도법관’ 김홍섭의 삶도 인상적이다.
전주지방법원 박형남 법원장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평전은 역사·인문학 교수를 포함한 10명이 작업에 참여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그동안 ‘법조삼성’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도 상당수 바로잡았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통해 책이 보여주고 싶은 으뜸의 메시지는 “고매한 인격과 대쪽 같은 성품, 청렴한 사생활, 법의 지배와 사법의 독립에 대한 신념과 용기”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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