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끝까지 읽는 용비어천가

쉽게, 끝까지 읽는 용비어천가

박록삼 기자
입력 2015-04-21 17:48
수정 2015-04-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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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硏 원문·번역문 대조 역주 출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역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발간했다. 원문과 번역문을 한눈에 대조하며 살피게 한 대역본이다. 박창희 전 한국외대 교수가 대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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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 때 선조인 목조(穆祖)에서 태종(太宗)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125장의 악장 서사시다. 중국 역대 제왕에 비교해 칭송하며 조선의 건국과 통치가 하늘의 뜻임을 역설한다.

한글을 창제한 조선 세종의 명에 따라 정인지·권제·안지 등이 1445년에 125장의 한글 악장을 짓고 한시를 덧붙여 그 뜻을 해석했으며, 역사적인 내용을 담은 주해를 포함한 10권의 책이 1447년에 완성됐다.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헌이자 ‘월인천강지곡’과 함께 악장 문학의 대표작으로서 첫손에 꼽힌다.

이렇듯 한글 연구의 중요한 사료지만 문제는 해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동육룡(海東六龍)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고성(古聖)이 동부(同符)하시니’(여섯 성인이 웅비하시어, 하는 일마다 모두 하늘이 주신 복이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옛 성군들과 같으십니다.)로 시작하는 1장이나 ‘불휘 깊은 남간 바라매 아니 뮐쎄 곶 됴코 여름 하나니’(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화려하고 열매가 풍성합니다.)와 같은 2장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리며 국민적으로 애송되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용비어천가의 본문 125장은 각 장마다 짧은 두 줄에 지나지 않지만 너무 함축적이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내용이 덧붙여져야 한다. 완역을 표방한 번역이 딱 한 번 있었지만 번역만 있고 설명은 없으며, 그나마도 오역이 너무 많다는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상하 2권으로 분책한 이번 신국판 역주본 분량이 각각 780쪽과 924쪽에 이른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역주 용비어천가’는 원문과 번역문을 한눈에 대조하며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고, 본문과 주석의 내용을 분리해 주석을 읽는 번거로움 때문에 본문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재편집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4-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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