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역사 짊어진 여인 현앨리스가 꿈꾼 조국은…

비극의 역사 짊어진 여인 현앨리스가 꿈꾼 조국은…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3-21 00:06
수정 2015-03-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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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정병준 지음/돌베개/484쪽/2만원

일제의 침략과 독립, 그리고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진 굴곡의 한국 근현대사는 그 시대를 살았던 개인과 가족에게 크나큰 불행을 안겼다. 한국 근대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이름이 알려진 현앨리스(1903~1956)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의 한국 이름은 현미옥. 독립운동가 현순(1880~1968) 목사의 맏딸로, 하와이 출생 제1호 한국인이자 재미 한인 진보운동가였다는 것이 그에 관한 기초 사실이다. 2002년에 이르러서 현앨리스는 언론 보도를 통해 박헌영 간첩 사건과 연루된 ‘한국판 마타 하리’로 묘사되며 일반에도 알려진다. 그는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에서 박헌영과 여운형으로부터 구애를 받았고, 6·25전쟁 당시 중위 신분으로 맥아더 극동사령관 비서로 근무하다 박헌영과 월북한 뒤 미국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고 북한에서 총살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는 현대사 연구자인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가 현앨리스에 대한 오랜 추적과 연구 끝에 내놓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체코 프라하에서 찾은 수많은 문서, 관련 증언 등을 통해 현앨리스가 ‘역사에 휩쓸려 간 비극의 경계인’이었다고 결론짓는다.

1921년의 사진(지금까지 1926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장에서 출발한 여정은 현앨리스 개인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부터 손자까지 4대에 걸친 현씨 집안 역사를 추적하며 한국 근대사와 재미 한인사, 한국 독립운동사, 북한 현대사, 냉전사를 아우른다. 평생 방랑자로 산 현앨리스는 결국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 꿈꾼 ‘이상적 한국’을 찾을 수 없었다. 저자는 그에게 씌워진 다중적 정체성을 이렇게 요약한다.

“일본의 입장에서 그녀는 ‘위험한 좌익 혁명분자’였고, 미군정의 눈에는 좌익과 소통하는 ‘악마적 존재’로 비쳤으며, 북한에서는 ‘미 제국주의의 고용 간첩’으로 낙인찍혔다. 한국 근현대사의 경로는 그녀의 한 몸에 다중적이고 역설적인 정체성을 강요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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