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콩쥐’ 뉴진스, 도쿄돔 만루홈런

‘하이브 콩쥐’ 뉴진스, 도쿄돔 만루홈런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7-04 03:43
수정 2024-07-0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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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열도는 지금 ‘뉴진스 신드롬’

데뷔 1년 11개월… 日 첫 팬미팅
하니, 마쓰다의 푸른 산호초 불러
유튜브 등 SNS 타고 인기 폭발
‘콘셉트 장인’ 민희진 실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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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걸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에서 멤버들이 개성 넘치는 무대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27일까지 열린 팬미팅에는 총 9만 10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어도어 제공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걸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에서 멤버들이 개성 넘치는 무대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27일까지 열린 팬미팅에는 총 9만 10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어도어 제공
“‘맞다이’에서 여기까지 옴.”

일본에서 ‘영원한 아이돌’로 불리는 가수 마쓰다 세이코(62)가 전성기 시절 앳된 얼굴로 ‘푸른 산호초’를 열창하고 있는 한 유튜브 영상에 최근 이런 댓글이 달렸다. 별도 설명이 없으면 무슨 의미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려 3000여개의 ‘좋아요’가 찍히며 공감을 얻었다. 여기에는 데뷔한 지 2년이 채 안 됐음에도(1년 11개월) 일본 도쿄돔을 전석 매진시킨 후 현지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진스 신드롬’의 비밀이 숨어 있다.

걸그룹 뉴진스는 일본 데뷔 후 처음으로 지난달 26~27일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를 했다. 양일간 열린 팬미팅에는 9만 1000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객석을 꽉 채워 시야제한석까지 열어 뒀다고 한다. 물론 도쿄돔을 채웠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앞서 동방신기를 필두로 숱한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도쿄돔에서 일본의 관객과 만난 바 있다. 핵심은 그곳에서 뭘 불렀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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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걸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에서 멤버 중 하니는 이날 귀여운 단발머리 가발에 청량한 바다를 연상케 하는 차림으로 일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명곡 ‘푸른 산호초’를 불러 ‘뉴진스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27일까지 열린 팬미팅에는 총 9만 10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어도어 제공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걸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버니즈 캠프’에서 멤버 중 하니는 이날 귀여운 단발머리 가발에 청량한 바다를 연상케 하는 차림으로 일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명곡 ‘푸른 산호초’를 불러 ‘뉴진스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27일까지 열린 팬미팅에는 총 9만 10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어도어 제공
뉴진스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 외에도 각자 준비한 개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열도의 관객들이 특별히 열광했던 것은 하니(20)가 부른 ‘푸른 산호초’다.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 발표한 이 곡은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기 직전 문화적 황금기를 상징하는 노래다. 베트남계 호주인으로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하니가 일본어로 부른 이 노래는 유튜브·X 등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하니가 도쿄돔에서 만루홈런을 쳤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이후 뉴진스는 후지TV(3일), TBS(13일) 등 일본 유력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나서며 공연의 떨림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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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어도어 제공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어도어 제공
일본에서의 뉴진스 신드롬이 한국에서도 반응이 큰 것은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45) 대표의 서사와도 맞물린다. ‘푸른 산호초’ 선곡부터 청량한 바다 느낌을 살린 하니의 복장까지 공연 콘셉트는 민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 대표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핫한’ 셀럽이었다. 어도어 경영권 탈취 논란을 두고 모기업 하이브와 갈등을 빚은 그는 거침없는 언사로 논란과 함께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일대일 싸움을 뜻하는 ‘맞다이’라는 비속어는 그가 당시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외쳤던 말이다. 지난 5월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가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도쿄돔 공연은 줄곧 ‘실력’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하이브의 ‘콩쥐’로 비유했던 민 대표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자리이기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민 대표와 하이브 사이 갈등에서 비롯된 뉴진스를 향한 대중적 관심이 도쿄돔에 집중됐기에 국내에서도 이 정도의 파급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음반시장 중 거의 유일하게 ‘앨범’이 여전히 팔리는 일본 시장에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고 진단했다.

뉴진스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시간’이다. 오는 22일로 뉴진스는 데뷔 2주년을 맞는다. 이들이 단기간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로는 콘셉트 차별화가 꼽힌다. 청춘 본연의 자연스러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 뉴진스와 함께 ‘4세대 아이돌그룹’으로 묶이는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전형적인 K팝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뉴진스는 강력한 퍼포먼스나 높은음을 구사하는 ‘공연형’ 아이돌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멤버 각자의 ‘힙한’ 느낌, 유행의 첨단에 있다는 인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K팝 세계화를 이끈 방탄소년단(BTS)이 현재 ‘군백기’이고 앞선 세대 블랙핑크 역시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도쿄돔 공연을 기점으로 뉴진스는 ‘포스트 BTS’, ‘포스트 블랙핑크’로 거듭날 수 있을까. 3일 어도어에 따르면 일본 데뷔 싱글 타이틀곡 ‘Supernatural’(슈퍼내추럴)은 이날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2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물론 당장은 어려울 수 있고 다른 포인트가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BTS가 닦아 놓은 길이 있기 때문에 뉴진스도 글로벌 스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서양과 한국의 문화적 코드가 뒤섞이고 있는데 뉴진스가 노려볼 수 있는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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