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만화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
작화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연출
AI 시대 인간 실존과 전쟁의 허무함
넷플릭스 ‘플루토’에서 스위스 산악 안내 로봇 ‘몽블랑’이 ‘플루토’와의 전투 이후 살해된 장면이다. 넷플릭스 제공
일본 만화계의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의 SF 명작 ‘플루토’가 얼마 전 넷플릭스의 손길을 거쳐 되살아났다. 지면 속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섬세한 작화에 원작 팬들은 열광했다. 완결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작품의 질문은 오히려 지금 던지기에 더 적절하다. 로봇과 인간은 무엇인가. ‘공감’은 인간만의 능력인가.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살육은 누구의 탓인가.
일본 만화계 전설 데즈카 오사무 ‘철완아톰’의 한 에피소드 ‘지상 최강의 로봇’을 재해석했다. 악당 ‘술탄’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로봇 ‘플루토’가 지상 최강의 일곱 로봇을 차례로 없애는 이야기. 골격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우라사와 특유의 추리소설 같은 전개로 몰입감을 더한다. 원작에서 허무하게 부서졌던 독일의 형사 로봇 ‘게지히트’가 극 전체를 이끄는 비중 있는 인물로 다뤄진다.
어느 날 스위스 산악 안내 로봇 ‘몽블랑’이 살해되고 전 세계는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몽블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스코틀랜드 ‘노스 2호’, 튀르키예 ‘브란도’, 그리스 ‘헤라클레스’도 차례로 희생된다. 로봇끼리의 싸움이지만 액션을 부각하진 않는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들의 서사에 집중해서다. 전쟁 병기로 만들어진 노스 2호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이끌린다. 레슬링 로봇 브란도는 경기에서 번 돈으로 고아들을 입양한다. 정점은 아톰의 동생 로봇 ‘우란’이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우란은 과연 무엇이 인간이고 누가 로봇인지 반문케 한다.
넷플릭스 ‘플루토’에서 최초로 인간을 죽인 로봇 ‘브라우 1589’. 로봇은 인간을 해할 수 없는 원칙을 깨고 살인을 저질렀으나, 어째서인지 그의 인공지능(AI)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플루토’에서 일본의 로봇 ‘아톰’을 창조한 천재 로봇공학자 ‘텐마 박사’. 넷플릭스 제공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집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이달 초 서울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두에 인용한 대사는 만화 속 게지히트의 말이다. 게지히트는 자신의 아들(도 로봇이다)을 살해한 인간을 증오하며 살인을 저지른다. 로봇 3원칙 중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를 철저히 위반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자신이 품게 된 증오가 무엇인지, 그걸 없애려면 반드시 복수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한 게지히트도 결국 복수의 대상이 되어 목숨을 잃는다. 죽어가면서 그는 이렇게 독백한다.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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