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상상병 환자’ 출연진이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나이가 든 아르강은 자꾸만 아프다고 한다. 어디가 정확히 아픈지 모르는데 마냥 아프다고 한다. 부자인 그의 ‘상상병’을 의사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 주치의는 수상한 처방을 내려주며 아르강의 돈을 뜯어낸다. 구두쇠인 아르강이 이를 가만둘 리가 없다. 그는 의사 사위를 들여 돈을 아껴보고자 한다.
6일 서울 종로구 민송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연극 ‘상상병 환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배우인 몰리에르(1622~1673)의 유작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상상병 환자’는 건강한 체질을 가졌지만 지나친 염려로 인해 엉터리로 처방받은 약을 달고 사는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 아르강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의사와 약에 대한 집착으로 급기야 자신의 건강을 위해 첫째 딸을 강제로 의사 가문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영리한 하녀가 이를 막기 위해 꾀를 내면서 청춘의 애틋한 사랑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특히 몰리에르가 1973년 직접 출연해 공연 도중 연기를 마치고 사망한 유작으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아르강을 통해 학설에만 치우친 의학과 의사집단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인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쾌한 메시지를 전한다.
몰리에르 특유의 유머 감성이 곳곳에 담긴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과장된 몸짓과 대사로 관객들의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커튼을 활용해 1막, 2막, 3막의 구분을 뒀고 막이 전환하는 사이에도 재미없게 두지 않으며 소극장 코미디의 매력을 제대로 뽐냈다. 몰리에르의 작품은 무엇보다 배우들이 웃긴 장면을 얼마나 잘 살려내는지가 중요한데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내면서 작품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극단 야간비행이 선보인 ‘상상병 환자’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제7회 1번출구 연극제’ 공식 참가작이기도 하다. ‘세상친구’, ‘블루도그스’,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래요?’, ‘부정’, ‘가족사진’에 이어 ‘상상병 환자’까지 공연을 마친 ‘1번출구 연극제’는 9~13일에 마지막 작품으로 ‘예외와 관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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