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제공
A. 천황폐하만세! 천황폐하만세! 천황폐하만세!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요구에 더 황당한 재치로 받아친다. 엄중한 시대에 웃기는 작품은 안 된다는 검열관과 어떻게든 웃겨보려는 작가의 눈치싸움이 치열하지만 ‘웃기면 안 된다’는 절대 명제를 보기 좋게 뒤집는 센스가 관객들을 유쾌하게 한다.
연극 ‘웃음의 대학’이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배꼽을 빠지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1940년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았다.
연극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검열관 사키사카 무츠오는 엄중한 시대에 웃음이 웬 말이냐며 작품을 올리려는 작가 츠바키 하지메의 대본에 퇴짜를 놓는다.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 상황이니 어지간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작가는 무리한 요구를 기꺼이 수용하며 다음 날까지 대본을 고쳐오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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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햄릿이 만나고 대본에 뜬금없이 ‘천황폐하만세’를 넣으라는 지시가 떨어지지만 이 모든 황당한 요구가 작품에 녹아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설프게 웃기려 들었다가 검열관이 조목조목 팩트폭행을 하는 장면마저 웃기는 작품이라 관객들의 웃음은 멈출 새가 없다. 웃음의 간격이 조금 끊긴다 싶으면 재빠르게 다시 웃음으로 물들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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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아 연출은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이 아주 즐겁기를 바란다. 재밌고 또 재밌어서 재밌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웃음의 대학’은 끊임없이 웃음을 맛깔나게 버무리면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감동적으로 일깨운다. 극장을 나서면 생각 없이 웃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삶에 대한 애정까지 새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검열관으로 송승환과 서현철이, 작가로 주민진과 신주협이 출연해 환상의 호흡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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