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일우. 레드앤블루 제공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일우는 “항상 해맑고 막내아들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거기서 탈피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배우라면 어느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걸 끊임없이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6㎏을 감량하고 지금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주변에선 ‘드라마할 때 이런 얼굴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놀리기도 한다. 몰리나의 미모를 유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영화 ‘대니쉬걸’의 에디 레드메인과 ‘패왕별희’ 장국영을 참고하면서 캐릭터를 잡았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믿으며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성소수자 캐릭터다. 같은 감방에 투옥된 정치사상범 발렌틴과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다. 정일우는 몰리나를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섬세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몰리나의 사랑을 단순한 성애를 넘어서 헌신과 희생이 담긴 ‘모성애’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발렌틴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 왜 주변에서 발렌틴을 안했냐고도 했다. 그런데 발렌틴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고지식하고 사상에 미쳐 있는 인물. 다음에 다시 연기하더라도 몰리나를 연기하고 싶다.”
정일우는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했다. 어느덧 데뷔 18년 차 배우다. 드라마와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활약을 펼쳤다. 처음 연극에 도전했던 것은 2010년 ‘뷰티풀 선데이’다. 이후 연극 ‘엘리펀트 송’에서 코끼리에 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정신병 환자 마이클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그의 세 번째 연극 도전이다.
“부담도 컸고 두려웠다. 공연이 끝나가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도 동료 배우와 작가들이 제 연기를 보고는 ‘너가 이런 색깔을 가진 배우인지 몰랐어’라고 얘기해주더라. 배우로서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섬세하고 예민한 지점을 끄집어낸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하다고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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