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겐 영감, 청중에겐 감탄… 지휘자는 항상 놀라움 선사해야

음악가에겐 영감, 청중에겐 감탄… 지휘자는 항상 놀라움 선사해야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4-09-29 18:09
수정 2024-09-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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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창간120주년 기념 음악회
상임 지휘자 ‘파파노’ 서면 인터뷰

세계적 마에스트로 직관 기회
새 수장으로 취임 이후 첫 해외 무대
‘120년 전통 악단’과 화학 반응 기대
자주 듣기 힘든 곡들 유자 왕과 협연

韓클래식 생생한 에너지 특별
“젊은 관객들 가득한 공연장 놀라워
그들의 열정적 호응 돈으로도 못 사
조성진·임윤찬 완벽한 연주도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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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가장 잘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체로 제공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가장 잘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체로 제공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특별한 동력과 폭발적인 표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놀라운 순간들을 만들어 갈 특별한 기회에 큰 기대를 품고 있어요.”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전석 초대로 열리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음악회 ‘안토니오 파파노 경 & 런던 심포니 위드(with) 유자 왕’ 연주를 이끄는 안토니오 파파노(65) 런던 심포니 상임 지휘자는 내한에 앞서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소감을 밝혔다.1904년 설립돼 올해 창단 120년을 맞은 런던 심포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악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인 파파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런던 심포니를 이끈 명장 사이먼 래틀의 후임으로 이달 중순 새 수장에 취임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가 상임 지휘자가 된 이후 런던 심포니와 함께하는 첫 해외 무대다. 파파노와 런던 심포니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만들어 낼 ‘놀라운 순간들’을 직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한국 클래식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연주된다. 협연자는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37). 파파노는 “말러와 라흐마니노프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라며 “특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화려한 기교와 서정성이 강조되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협연자인 유자 왕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중국인 최초로 클래식 악기 솔로 부문을 수상한 유자 왕은 빼어난 음악성과 더불어 초미니스커트와 하이힐 등 파격적인 패션으로 유명하다. 파파노는 “화려한 의상과 구두 같은 외적인 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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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바비칸 홀에서 지휘하는 파파노. 빈체로 제공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바비칸 홀에서 지휘하는 파파노.
빈체로 제공


“음악에 헌신적이고 철저히 준비하는 연주자입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하는데 안전한 길 대신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해 왔다는 점에서 존경스럽습니다.”

파파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한은 2018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협연 때였다. 그는 200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최장수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5년 지휘자 정명훈 후임으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난해까지 이끌었다.

파파노는 “첫 내한 공연은 매우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조성진이 록스타처럼 대우받으며 한 시간 30분 동안 사인회를 하는 장면은 정말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이 주는 에너지는 확실히 다릅니다.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즉시 느끼게 되죠. 이런 반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한국이 매우 부럽습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감탄도 이어 갔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작업했는데 정말 큰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앞으로도 그와 계속 협업할 계획이에요. 조성진과도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어서 무척 기대됩니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서양 음악을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감정까지 완벽히 이해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대단히 감동적입니다.”

이탈리아계 영국인인 파파노는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반주자, 성악 연습 코치를 거쳐 지휘자가 됐다. 27세에 노르웨이 국립오페라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이래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파파노는 훌륭한 지휘자의 덕목을 묻는 말에 “최고의 선생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음악가들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지휘자는 청중과 음악가들을 끊임없이 놀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워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건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청중의 마음을 깊이 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젊은 청중에게 ‘이 엄청난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험을 선사해야 합니다.”

런던 심포니는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스타워즈’ 등 영화음악 OST, 대중음악과의 협업 등 유연하고 폭넓은 행보를 보여 왔다. 파파노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는 어떤 모습일까.

“저는 욕심이 아주 많은 지휘자입니다. 영국 음악은 물론 미국과 이탈리아 음악, 독일 오페라 음악 등 가능한 한 모든 음악을 다루고 싶습니다.”
2024-0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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