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막심 벤게로프가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벤게로프는 이날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호흡을 맞춰 프로코피예프, 프랑크, 라벨의 음악을 선보였다.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있어 쉽지 않은 무대였음에도 1727년 제작된 엑스 크로이처 스트라디바리와 한 몸이 되어 그가 들려주는 선율만큼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벤게로프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다섯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예프게니 키신,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의 3대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0세에 데뷔 음반을 발매한 후 그래미상, 그라모폰 올해의 연주자상 등을 받았다. 어깨 부상으로 바이올린조차 들지 못하게 됐던 좌절 끝에 2007년 지휘자로 변신해 미국 카네기홀 데뷔를 했다. 절망의 순간을 새로운 음악적 도전으로 돌파한 그는 2011년 바이올리니스트로 다시 무대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공연 후 인사하는 벤게로프와 오세틴스카야. 롯데콘서트홀 제공
2부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치간느’가 연주됐다. 프랑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최고의 성공작인 바이올린 소나타를 벤게로프는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며 곡이 품은 봄처럼 따뜻한 기운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어 연주한 라벨의 곡에서는 화려한 연주 솜씨를 뽐내며 거장이 지닌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이만해도 훌륭했을 공연이지만 벤게로프는 팬서비스까지 남달랐다. 인사를 하고 앙코르곡을 선보인 게 무려 4개나 됐다. 첫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택한 그는 앞의 연주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널리 알려진 곡이 명연주자의 선율로 들려오자 객석에서는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사인회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벤게로프. 롯데콘서트홀 제공
앙코르까지 고려하면 이날 공연은 사실상 3부로 진행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공연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고 공연 후 이어진 사인회에서도 길게 줄을 서는 모습으로 거장을 향한 말 없는 찬사를 보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