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트리포노프가 5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하고 있다. 부천아트센터 제공
트리포노프는 지난 5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지난 1일 20세기 현대음악을 연주했던 그는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가단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바장조’,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선보였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트리포노프는 낯선 공연장이었지만 흔들림 없는 연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조를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연주는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순간순간의 음을 조탁하는 감각으로 음악의 생동감을 더하며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아깝지 않은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은 그가 이번에 선보인 여러 곡 중에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아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팬데믹으로 여러 연주회가 멈춘 사이 그는 이 곡에 깊게 파고들었고 그 안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에 거장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어낸 연주는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부천아트센터 제공
지난 1일 공연에서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앙코르곡으로 택한 그는 이날 공연에서는 세 곡의 앙코르를 들려주며 그의 연주회는 뭐든 재밌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날 앙코르로 그는 그린의 ‘I cover the Waterfront’,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몸포우의 ‘쇼팽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선보였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붙잡는 그의 연주에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깊은 여운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4월 공연의 서막을 연 그의 연주 이후 부천아트센터에서는 9일 윌슨 응의 지휘로 한경아르테필하모닉의 마티네콘서트, 13일 오르가니스트 노선경 리사이틀, 23일 텔아비브 챔버 앙상블과 27일 프랑스 메츠 브라스 앙상블의 무대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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