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치지 말아주세요” 알브레히트 마이어의 특별한 당부

“박수 치지 말아주세요” 알브레히트 마이어의 특별한 당부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10-19 00:21
수정 2023-10-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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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마이어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을 앞두고 준비한 편지를 읽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을 앞두고 준비한 편지를 읽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엘가의 곡이 끝나고 박수 치지 말아 주세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용무늬가 그려진 붉은 재킷을 입고 나타난 알브레히트 마이어(58)가 종이를 꺼내 펼치더니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갔다. 그가 직접 준비한 한국어 요청이었다.

서툰 발음으로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어 인사 정도는 준비하는 다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이어는 계속해서 한국말을 이어가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스타 오보이스트인 그는 국립심포니와 10년 만에 만나 엘가의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백’과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 라장조 TrV. 292 AV.144’를 연주했다. 앞의 곡은 4분 정도로 짧고 뒤의 곡은 26분 정도로 길다.

그가 한국어로 당부를 전한 이유는 두 곡의 온전한 감상을 위해서다. 마이어는 “엘가의 곡은 슈트라우스곡의 전주곡 같은 곡”이라며 “슈트라우스의 곡이 끝나고 박수 쳐주시면 행복하고 감사하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인사를 전한 연주자는 낯설기에 관객들도 뜨겁게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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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마이어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심포니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심포니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마이어는 자신의 말대로 두 곡을 하나의 곡처럼 연주했다. 관객들도 엘가의 곡이 끝난 후 조용히 지나갔고 두 번째 곡이 끝난 후에야 박수를 보냈다. 마이어는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유쾌한 모습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1부 공연이 끝난 후 마이어는 객석에 앉아 국립심포니가 연주한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Sz.116 BB 123’을 들었다. 그의 깜짝 등장에 주변 객석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마이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국립심포니가 들려주는 선율을 감상했다.

마이어는 공연 후 진행된 사인회에서도 유쾌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겼다. 그는 팬들과 같이 사진을 찍는가 하면 사인을 하는 짧은 시간 이야기도 나누는 등 남다른 팬서비스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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