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합창극 올리는 최우정 작곡가
국립합창단 ‘마지막 눈사람’ 30일 초연
최승호 시인 작품 기반, 김희원 내레이션
배우 대사 연기 돋보이는 ‘극’을 강조
단순 내레이션 아닌 표정,목소리,연기 중요
“매일 작품쓰고 작곡가 이전에 음악 애호가”
서울대 음대 교수인 최우정 작곡가가 서울대 강의실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이 어떤 장르에 종사하든 잘 먹고 살 수 있도록 ‘기초 이론’을 확실히 가르쳐 좋은 음악 기술자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오장환 기자
국립합창단이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첫 합창극 ‘마지막 눈사람’을 초연한다.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 극장 음악 전문가 최우정(54)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 등 여러 작품을 엮은 텍스트 ‘마지막 눈사람’에 음악을 붙이고 배우 김희원(51)이 내레이션을 맡아 국립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방식이다.
서울대 음대 교수인 최우정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내레이션을 하는 합창은 많지만, 이번 공연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게 아니고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협연자의 표정과 목소리, 자세 등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평소 친분이 있는 최승호 시인의 시에 감명받은 팬으로서 이를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눈사람’은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과 고독, 허무를 다뤘다. 다른 눈사람들은 모두 녹아 사라졌지만, 빙하기라 녹고 싶어도 녹을 수 없다. 서곡과 12개의 막, 후주곡까지 합쳐 70분간 공연한다. 최우정은 “집단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우리 개인의 이야기는 없다”며 “홀로 있는 존재인 눈사람 자체가 내 개인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합창을 맡은 국립합창단원(56명) 이외에 음악은 트럼펫·트롬본·튜바 등 금관 7중주를 핵심으로 하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오케스트라(34명)가 함께한다. 그는 “동양에서 ‘뿌우뿌우~’ 하고 울리는 전통 관악기는 제의·제사에 많이 사용했다”며 “‘마지막 눈사람’이 멸망한 지구에서 일종의 의식을 거행하는 것 아닌가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최우정(왼쪽) 작곡가와 김희원(가운데) 배우, 윤의중(오른쪽)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이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국립합창단원들과 합창극 ‘마지막 눈사람’ 연습을 펼치고 있다. 최 작곡가는 1992년 ‘연희단거리패’ 음악극 ‘바보 각시’를 보고 감동받아 우리극연구소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의 원동력이 됐다.
국립합창단 제공
국립합창단 제공
서울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최우정의 인생은 1992년 산울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음악극 ‘바보 각시’를 보고 나서 전환점을 맞는다. 클래식 음악만 알던 그가 호소력을 지닌 이 작품에 감명받아 우리극연구소에 들어가 활동을 하게 돼서다. 그는 “당시 클래식이 서양의 옛날 것을 소비만 하고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음악이 연극과 융합된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을 살아 있는 언어로 창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덕분에 지금까지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최우정은 “일기 쓰듯 매일 작품을 쓰고, 작곡가 이전에 음악 애호가가 되자’는 신조로 살려고 한다”며 “다음 작품으로는 화려한 무대와 배우보다는 음악과 텍스트에 집중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난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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