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발 4·3영화제 30일 개막… 6개월간 길고 긴 여정 시작된다

올해 첫발 4·3영화제 30일 개막… 6개월간 길고 긴 여정 시작된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6-20 14:35
수정 2023-06-20 14: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4·3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상영작들을 스크린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4·3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상영작들을 스크린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영화제를 3~4일 집중해서 열기보다 6개월동안 일상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상영한다면 4·3의 낯섦도 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올해 첫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정원 제주한라대 방송영상학과 교수는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4·3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제를 6개월동안 열리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총 6개월 동안 제주4·3의 아픔과 진실을 알려온 영화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2023 4·3영화제’를 개최한다.

그동안 재단은 문화·학술연구 분야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최근 들어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매체가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4·3 진상규명과 기억투쟁에 앞장선 ‘영화·영상’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JDC의 지원을 받아 올해 첫 4·3영화제를 개최하게 됐다.

# 1억 6000만원 적은 예산으로 출발… 도민사회의 관심으로 뿌리 내리길
이미지 확대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정원 한라대교수(왼쪽)와 장윤식 4·3평화재단 장윤식 기념사업팀장이 4·3영화제 개막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정원 한라대교수(왼쪽)와 장윤식 4·3평화재단 장윤식 기념사업팀장이 4·3영화제 개막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장윤식 제주4·3평화재단 기념사업팀장은 “영화를 감상하는 수준이 아닌 4·3의 역할과 위상을 토론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면서 “4·3관련 영화와 영상들이 얼마나 많고 얼마나 보존되는지 알게 될 기회이며 관객이 많아지고 화제를 몰고와 지속가능한 영화제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75주년을 기념해서 1억 6000만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해 첫발을 뗀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지만, 평화, 인권, 상생을 지향하는 공론의 장이 되려면 4·3영화제는 제주에서 개최되는게 당연하다. 도민사회의 관심을 끌어내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정체성를 갖추려면 제주 이외엔 없다는 판단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청소년과 학생들인 미래세대들을 위해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4·3 초기 작품들을 선정하게 됐다”면서 “4·3에 대한 관심과 배움의 기회가 제공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4·3영화제는 ‘기억의 기록, 평화와 인권, 연대와 미래’ 세 가지 주제로 총 19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4·3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저항과 평화 정신을 담은 국내·외 작품도 엄선했다.

‘기억의 기록’ 세션에서는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1995년작, 김동만 감독), ‘유언’(1999년작, 김동만 감독),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년작, 켄 로치 감독)을 상영한다. 서북청년회와 경찰의 억압에 맞선 항쟁으로서의 4·3과 영국의 폭압에 저항한 1920년 아일랜드를 비교해볼 수 있다.

‘평화와 인권’ 세션에서는 ‘디어 평양’(2006년), ‘굿바이, 평양’(2011년), ‘수프와 이데올로기’(2022년)를 상영한다. 세 작품 모두 2세대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작품이다. 제주, 일본, 북한을 오가는 양영희 감독의 ‘디아스포라’ 가족사를 16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영상 세 편에 담았다. ‘양영희 3부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연대와 미래’ 세션은 ‘비념’(2013, 임흥순 감독), ‘다음 인생’(2015년, 임흥순 감독), ‘곤도 하지메의 증언’(2023년, 이케다 에리코 감독), ‘레드헌트2’(1999년, 조성봉 감독),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2013년, 오멸 감독), ‘쉰들러리스트’(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를 상영한다.

‘비념’과 ‘다음 인생’은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에 빛나는 임흥순 감독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4·3을 바라본다. ‘곤도 하지메의 증언’ 다큐는 태평양전쟁 참전 일본인의 실제 증언으로 일본군위안부를 비롯한 전쟁 범죄를 고발한다.

# 영상으로 새긴 기억, 저항, 평화메시지 총 19편 상영… 4·3영화 초기작품 볼 기회
이미지 확대
4·3영화제 포스터. 제주4·3평화재단 제공
4·3영화제 포스터. 제주4·3평화재단 제공
‘레드헌트2’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도 상영되며 4·3을 알린 중요한 초기 영상 작품으로 손꼽힌다.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은 전국 관객 14만 명을 불러 모으며 4·3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상징적인 작품이다. 임흥순, 조성봉 감독과 각각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학생들의 관람을 늘리기 위해 매월 마지막주 금, 토요일 이틀 동안 세 편에서 최대 네 편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상영관은 제주CGV이며, 8월에는 롯데시네마 서귀포점, 9월에는 인디스페이스(서울)에서도 진행한다. 서울에서도 4·3영화제 작품을 상영하는 이유에 대해 4·3의 역사를 전국화해 공유하자는 차원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일회성 영화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영화제를 위해 전국에서 단편·장편을 공모받아 심사 수상하는 경쟁부문도 신설하는 등 콘텐츠 개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4·3영화제가 입소문을 타 예산 지원과 확보가 꾸준히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을 포함한 나머지 일정과 변동 사항은 재단 누리집과 SNS를 통해 수시 공지한다. 관람료는 전체 무료이며, 사전 예약한 참석자를 위해 현장에서 특별한 굿즈(기념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