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야 사는 킬러, 그 뒤엔 결핍이 있었네[OTT 언박싱]

죽여야 사는 킬러, 그 뒤엔 결핍이 있었네[OTT 언박싱]

입력 2023-04-21 01:04
수정 2023-04-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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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범죄자 킬러

① ‘킬링 이브’
킬러와 그 킬러를 쫓는 MI6 요원
치명적인 위험과 결핍의 워맨스

② ‘최종병기 앨리스’
소년·소녀의 핏빛 하드코어 만남
상반된 존재 통해 삶의 의지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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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킬링 이브
최근 이 소재가 대한민국에서 큰 인기라고 한다. 냉혹한 범죄자인 동시에 고독한 낭만을 지닌 존재, ‘킬러’가 그 주인공이다. 극장가에서는 ‘존 윅 4’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길복순’이 정상을 차지하며 ‘킬러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감독 뤼크 베송의 ‘레옹’과 ‘니키타’부터 현재 ‘존 윅’과 ‘길복순’까지. 킬러가 지닌 매력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걸까.

그 이유를 이 두 편의 왓챠 시리즈가 보여 준 ‘킬러들의 도시’에서 찾아보자. 첫 번째는 킬러와 그녀를 추격하는 요원의 격렬한 ‘워맨스’를 담은 ‘킬링 이브’다. 이브는 007 제임스 본드처럼 강력 범죄자를 쫓는 MI6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허나 그녀가 속한 현실은 MI5에서의 증인 경호 업무다. 그런 이브에게 기회가 오게 된 건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의 정체를 추측하면서다. MI6가 되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이브는 예상치 못한 관계를 형성한다.

빌라넬은 순수함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다. 하루 종일 놀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살인을 갈구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녀는 이브를 알게 되면서 변화를 보인다. 적대 관계에 있는 만큼 제거해야 하는 대상에게 유대 관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킬러란 직업에는 결핍이 따라온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재력과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명성에도 이들이 원하는 건 평범한 삶이다.

남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 주는 사랑이 불가능한 빌라넬에게 이브는 짜릿함을 준다. 서로에게 위험이 되는 사약 로맨스처럼 말이다. 킬러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브지만 강력 범죄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꿈을 기괴하게 이뤄 준 빌라넬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 두 사람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고 목숨을 위협하는 관계 속에서도 네 시즌에 걸쳐 강렬한 워맨스를 형성한다. 킬러의 결핍과 치명적인 위험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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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엘리스
최종병기 엘리스
두 번째는 ‘최종병기 앨리스’다. 학원 하드코어 로맨스를 내세운 이 작품은 핑크빛인 줄 알았던 소년·소녀의 만남이 핏빛이었다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여름과 겨울은 그 이름과도 같은 계절을 보내고 있고, 벗어나고 싶어 한다. 여름은 비폭력으로 학교를 정복한, 죽어야 사는 소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자살한 어머니를 본 여름은 자신이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이후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고 남에게 맞을 때마다 오히려 안락함을 느낀다.

끝나지 않는 무더위에 빠진 여름과 반대로 겨울은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왔다. 킬러 양성 조직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그녀는 앨리스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인간병기로 자랐다. 죽여야 사는 소녀지만 정작 살인이라는 관문을 넘지 못했다. 얼음 심장을 가질 수 없었던 겨울은 그녀를 망가뜨린 조직에서 빠져나온 뒤 복수를 결심한다. 염원이었던 평범한 학교생활을 위해 전학생으로 왔다가 상반된 존재인 여름을 만나게 된다.

겨울은 여름의 계절을 식혀 주고, 여름은 겨울의 계절을 녹여 주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킬러에게 결핍이 따르는 이유는 그 길을 스스로 택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존 윅, 블랙위도우, 길복순 등 엘리트 킬러 캐릭터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이 그들을 킬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서 있는 길을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게 만드는 존재와 조우하며 변화를 보인다. 레옹과 마틸다처럼 삶을 변화시키는 구원자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존재가 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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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조직에 대한 복수에 목숨을 걸 각오를 했던 겨울은 여름을 만나면서 더 살고 싶다는 간절함을 지니게 된다. 이 순간 겨울의 목숨을 노리는 조직의 등장은 이 핏빛 액션이 핑크빛 로맨스가 됐으면 하는 간절함을 시청자에게 부여한다. ‘존 윅’ 시리즈와 ‘길복순’이 지닌 매력에 푹 빠졌던 당신이라면 오늘 저녁은 이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킬러들의 도시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2023-04-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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