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사랑한 보수파 vs 축구를 좋아한 진보파

피아노를 사랑한 보수파 vs 축구를 좋아한 진보파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1-01 20:16
수정 2023-01-0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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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넷플릭스 공개한 ‘두 교황’
베네딕토·프란치스코 실화 바탕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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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두 교황’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22년의 마지막 날 선종하면서 고인의 이야기를 그린 ‘두 교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교황’은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황직을 이임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이 세 번 만났다고 하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앤서니 매카튼이 희곡을 썼고, 영화는 이를 원작으로 만들어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연극 ‘두 교황’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를 얻어 지난해 8~10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2005년 78세의 나이로 제265대 교황직에 오른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 내부에서 발생한 다양한 추문들로 위기에 봉착한다. 보수적인 신학을 권위로 교황에 당선된 그는 이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대신 혼자 밥을 먹는 등 점점 고립된 세계로 빠져든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에 더 헌신하기 위해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고자 한다.

서로의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두 사람은 별로 통하는 것이 없다. 보수적인 성향의 독일인 교황은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종종 연주하고, 진보적인 성향의 아르헨티나인 추기경은 축구를 좋아해 피자를 먹으며 TV 보는 것을 즐긴다. 상대에게 취향을 설득해 보지만 딱히 흥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각자의 자리를 놓고 원하는 바도 다르니 대화가 잘 통할 리가 없다.

치열한 논쟁 속에서도 미워하지 않는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하는 영역이 조금씩 넓어진다. 이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는 갈등이 첨예한 시대에 필요한 다름에 대한 이해와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도 진한 감동이 전해오지만 한국의 원로 배우들이 한국어 연극으로 전하는 감동 역시 못지않았다. 통할 기미가 없어 보였던 두 사람이 추는 탱고와 함께 피자를 먹는 장면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종교가 주제인 데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 무거울 수 있지만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 ‘시티 오브 갓’(2002), ‘눈먼 자들의 도시’(2008)의 페르난두 메이릴리스 감독은 화면 비율과 영상의 색감을 끊임없이 변주해 보는 재미를 주고,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스티나 성당 등 세트는 관람객들을 바티칸으로 초대한다.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조너선 프라이스), 남우조연상(앤서니 홉킨스) 후보에 오른 두 주인공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다.
2023-0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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