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의 보름달 빛, 베네치아 물길 비추다…‘숯의 화가’ 이배의 새 도전

청도의 보름달 빛, 베네치아 물길 비추다…‘숯의 화가’ 이배의 새 도전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4-04-21 15:22
수정 2024-04-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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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이배 작가가 작품 ‘달’을 통해 청도의 달빛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베네치아의 물길을 비추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이배 작가가 작품 ‘달’을 통해 청도의 달빛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베네치아의 물길을 비추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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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 전시장의 벽면과 바닥에 굽이치는 신작 ‘붓질’. 조현화랑 제공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 전시장의 벽면과 바닥에 굽이치는 신작 ‘붓질’.
조현화랑 제공
경북 청도의 보름달 빛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석호 물결 위에 스며 반짝인다. 전시장은 벽면과 바닥 위를 힘차게 굽이치는 거대한 붓질로 한 폭의 거대한 화선지가 됐다. 한 쪽 벽면 앞에는 짐바브웨 검은 화강암을 깎아 만든 높이 4.6m의 조각 ‘먹’이 우뚝 자리해 있다.

‘숯의 화가’ 이배(68) 작가가 고향 청도의 전통 의례 ‘달집 태우기’와 ‘달빛’을 지구 반대편 베네치아로 옮겨와 전통과 현대의 맥을 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병행전 가운데 하나로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는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는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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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 작가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 ‘달집 태우기’의 한 장면.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 작가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 ‘달집 태우기’의 한 장면.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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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 작가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 ‘달집 태우기’의 한 장면.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 작가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 ‘달집 태우기’의 한 장면.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복도에서 먼저 만나는 건 화염과 연기를 뿜어내는 ‘달집 태우기’ 영상이다. 그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낸 새해 소원을 한지에 옮겨 적은 뒤 2월 24일 정월대보름, 청도에서 달집에 묶어 태운 과정을 담은 것이다.

가장 압도되는 장면은 흰 벽면과 바닥에 살아 움직이듯 용틀임치는 ‘붓질’(2024)이다. ‘붓질’ 3점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전시장 건물 바닥과 벽면 전체를 새로 도배하는 것부터 공을 들였다.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친환경 종이 뒤에 한지를 바르는 전통 배첩 방식으로 벽면에서 벽지를 띄웠다. 그 위에 ‘달집 태우기’에서 나온 소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느티나무, 포도나무 등 5가지 나무의 숯을 도료 삼아 ‘붓질’을 그려 여백의 미 속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합일, 비움의 순환,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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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이배 작가가 자신의 신작 ‘먹’(오른쪽)과 ‘붓질’(왼쪽)을 선보이고 있다. 뒤에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은 임시 구조물로 설치된 ‘달’. 조현화랑 제공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병행전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이배 작가가 자신의 신작 ‘먹’(오른쪽)과 ‘붓질’(왼쪽)을 선보이고 있다. 뒤에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은 임시 구조물로 설치된 ‘달’.
조현화랑 제공
23t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먹’은 3t 이상은 건물 내부에 들이지 못하는 베네치아 규정에 따라 내부를 우물 파듯 깎아내고 이탈리아 까라라 공방에서 운송하는 것만 1년이 걸린 대작이다.

청도의 ‘달집 태우기’로 시작된 전시를 매듭짓는 것은 청도의 달빛이다. 그는 “달빛을 통해 베네치아의 석호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소개했다. 베네치아 운하로 이어지는 건물의 뜰 위로 임시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천장의 노란 유리 패널에서 내려오는 빛이 베네치아의 라구나를 노란 달빛처럼 비추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도의 달빛을 가져와 베네치아 석호를 비추는 ‘달빛 통로’를 만들고 ‘달집 태우기’ 영상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 등은 모두 제겐 새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미술뿐 아니라 영화, 음악 등 각 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역량이 오랜 전통에서부터 깊게 축적되어온 것이라는 것도 알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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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찾은 국내외 언론 관계자, 관람객들이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전시장에 힘을 불어넣은 ‘붓질’, ‘먹’ 등 그의 신작을 살펴보고 있다.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1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찾은 국내외 언론 관계자, 관람객들이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전시장에 힘을 불어넣은 ‘붓질’, ‘먹’ 등 그의 신작을 살펴보고 있다.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병행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1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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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 재단 건물(오른쪽).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빌모트 재단 건물(오른쪽).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한편 베네치아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열린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개막식에서 국제전(본 전시)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을 ‘마타호 컬렉티브’에 안겼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했던 마타호 컬렉티브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4명으로 이뤄진 작가 집단이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키 무어가 전시장 벽면을 칠판으로 꾸미고 6만 5000년 호주 원주민 역사를 분필로 그려넣은 호주관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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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개막식에서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집단 ‘마타호 컬렉티브’가 본 전시장 아르세날레 입구에 선보인 대형 섬유 설치 작품.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개막식에서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집단 ‘마타호 컬렉티브’가 본 전시장 아르세날레 입구에 선보인 대형 섬유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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