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선보인 백제의 금동 관음보살 입상.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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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의 존재를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열며 이 불상을 95년만에 국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1907년 부여의 한 절터에서 출토된 이 불상은 1929년 대구 전시 이후 일본인 소장가 손에 들어가며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8년 일본 개인 소장가와 환수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다시 수면 아래로 잠긴 사연을 품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선보인 백제의 금동 관음보살 입상 뒷모습.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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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불교미술 속 인간, 보살, 여신 등으로 재현된 여성상을 통해 사회와 시대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에 각각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석가모니 일생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의 일부인 일본 혼가쿠지 소장 ‘석가탄생도’와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내걸려 눈길을 끈다.
일본 혼가쿠지 소장 ‘석가탄생도’. 조선 15세기.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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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삭가출가도, 조선 1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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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권력자의 아내나 어머니였을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1345년 조성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1~7권’에는 고려 여성들의 자기 인식과 성불에의 염원이 낱낱이 맺혀 있다. 고려 시대 나라에서 왕실 밖 여성에게 내린 가장 높은 칭호인 국대부인 지위를 누리면서도 그는 발원문에 “이전 겁의 불행으로 여자의 몸을 받았다”고 한탄하며 다음 생에는 여성의 몸을 버리고 성불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고려 후기 최고위층 여성 신도가 분명한 동기로 발원했다는 점, 막대한 재원과 뛰어난 장인이 투입됐다는 점 등에서 고려 사경의 걸작으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리움미술관 소장, 고려 1345년.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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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혜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조선은 불교를 통제했으나 왕실 여성들의 적극적인 불교 지지로 불교 교단이 조선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품격 있는 불화와 불상도 대규모로 만들어졌다”며 “종묘를 받들고 후손을 잇는 것이 왕실 여성들의 가장 큰 의무였기 때문에 왕의 무병장수, 아들 출산을 비는 이들의 발원은 기복을 넘어서는 공적 측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6월 16일까지. 유료 관람.
영산회도, 개인 소장, 조선 15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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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숭불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16세기, 이건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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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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