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거장 필립 파레노 국내 첫 개인전 ‘보이스’展
녹아내리는 눈사람·물고기 풍선리움 6개 공간 처음으로 전부 사용
13.6m 높이 42개 센서 타워 ‘막’
풍량 등 전송… AI 목소리 만들어
“외부에 등돌린 미술관 틈내고 파
어떤 시간 보낼지 여러분에게 달려”
오는 7월 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제공
빛과 온습도 등이 철저히 통제된 화이트큐브 안에 ‘작품을 모시는’ 미술관에서 목격하는 이 생경하고 소란한 풍경은 예술과 전시에 대한 관념을 무너뜨리며 “새롭게 경험하고 느껴 보라”고 제안한다.
파레노가 이번 전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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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높이 13.6m의 대형 타워이자 전시를 조율하는 인공두뇌인 올해 신작 ‘막’. 전시가 끝나면 철거될 예정이다.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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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렇게 데이터 연동, 인공지능(AI), 디지털 멀티플렉스(DMX) 기술을 망라하며 1986년 첫 작업부터 올해 신작까지 40여년간의 대표작 40여점을 꿰뚫어 리움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혹은 ‘자동기계’처럼 작동하게 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파레노는 “갇힌 공간으로 외부 세계에 등돌린 미술관에 틈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센서를 통합하면 타워 안에 모든 걸 예민하게 느끼는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부 데이터를 언어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에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바로 이러한 인공지능 ‘막’이 만들어 낸 목소리 ‘델타 에이’(δA)로,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입혀 AI가 창조한 가상의 목소리다.
필랍 파레노, 차양 연작, 2016-2023, 플렉시글라스, 전구, 네온 튜브, DMX 제어기, 가변크기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예술은 늘 미완”이라고 여기는 작가답게 전시는 5개월여의 기간 ‘완결’ 없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태로 이어진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작업이 끊임없이 외부 요소에 자극받으며 상호 교류를 이어 나가기 때문에 우리 인생처럼 예측 불가하게 변화하는 공연 같은 전시”라고 말한 이유다.
전시장을 찾기 전 작가가 말한 관람 팁을 기억해 두자.
“내 마음대로 헤매고 작품에 얼마든지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달라. 영화관처럼 정해진 규칙은 없다.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라. 어떤 시간을 보낼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7월 7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제공
2024-0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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