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한국 개인전…신작 소개
프랙털 패턴, 카페트 위 겹치고 합성
“기존 이미지 새롭게 만드는 게 내 작업
사진 아냐…기술 변화 탐구의 일환”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는 독일 사진 거장 토마스 루프 개인전 ‘d.o.pe’에서 한 관람객이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PKM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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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나 캔버스 천이 아닌 섬유 위라서 구현된 깊이감과 공간감은 이미지를 더 몽환적으로 느끼게 하며 ‘인식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독일 사진 거장 토마스 루프(66)의 신작 ‘d.o.pe’가 관람객을 매혹하는 방식이다.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가 루프의 최근작을 국내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20년 만에 열리는 그의 개인전이다.
독일 사진 거장 토마스 루프가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연 20년만의 한국 개인전에서 신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1970년대 후반 초상 사진부터 일본 만화책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가공해 인화한 서브스트라트 연작, 인공위성이나 매스미디어에서 전송받은 형상,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디지털 작업 등 40여년간 25가지가 넘는 사진 연작을 선보여 왔다.
그가 2022년부터 몰두해온 ‘d.o.pe’ 연작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프랙털 패턴을 독창적인 연출로 겹치거나 합성해 대형 카페트 위에 출력한 것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루프는 “이미지를 인화지에 구현해 벽에 붙여놓고 봤는데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판단하던 중 벽에 카펫을 걸어놓는 전통이 있는 벨기에의 한 회사에서 카펫에 이미지를 출력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미지 속에 끼어들 수 있을 듯한 깊이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동시대 사진 예술가로서 매체의 기술 변화를 작품에 반영한다는 기조를 이어온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 작품들은 사진이 아니다. 어떤 카메라도 쓰이지 않았고 여러 기술을 탐구하는 연구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것도 내 작업의 일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예술계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AI는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도구라 봐요. 어디선가 본 것을 모방한 것이니 결과값도 클리셰(진부한 표현)에 불과하죠. 학습된 이미지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의문입니다. 다음이 뭐가 될지 예견할 순 없지만 젊은 예술가들이 사진 예술의 경계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확장할 거라 기대합니다.”
토마스 루프, d.o.pe.11, 2022, Colaris print on velour carpet, 267 x 200cm
PKM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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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는 독일 사진 거장 토마스 루프 개인전 ‘d.o.pe’ 전시 전경.
PKM갤러리 제공
PKM갤러리 제공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는 독일 사진 거장 토마스 루프 개인전 ‘d.o.pe’ 전시 전경.
PKM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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