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발굴 인도 밖 처음 나온 유물 다수
남인도 고유 신앙과 불교와의 ‘케미’ 주목
인도, 미국, 영국, 독일 4개국서 97점 모아
3세기 말 인도 나가르주나콘다 유물인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전시장에서는 연꽃 모자에서 동전을 쏟아내는 모습을 영상과 소리로도 재현해 실감을 더했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요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의 신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에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7~11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진행한 ‘나무와 뱀: 인도 초기 불교미술’전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들이 새롭게 재해석한 것으로 인도,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불교미술 소장품 97점을 한데 모았다. 21세기 발굴돼 한 번도 인도 밖을 나온 적 없는 유물도 전시장에 포진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북인도 미술은 소개된 바 있지만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인 남인도 미술을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원전 2세기 후반 만들어진 ‘입에서 연꽃 넝쿨을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풍요의 신인 락슈미가 풍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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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스투파 부조
“스투파, 죽음의 공간서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특히 작품 절반 이상이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들이다. 스투파는 당시 로마에까지 후추, 상아 등을 팔며 국제 교역으로 부를 쌓은 상인, 장인 계급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상징을 조각으로 품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지어졌다. 입에서 풍요의 상징인 연꽃 넝쿨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악어의 입과 코끼리의 코, 달팽이의 꼬리 등 여러 동물의 특징을 지닌 상상 속 동물 ‘마카라’가 불교로 들어와 출입문을 지키는 동물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 물의 신으로 등극한 머리 여섯 달린 뱀 나가 등은 지금도 생생한 역동감으로 돌에 새겨져 있다.
스투파는 인도에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조각들은 전시실에 마치 숲을 이루듯 서 있다.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유골을 넣은 무덤으로 죽음과 끝의 공간이나 남인도 문화와 만나 알, 자궁처럼 생명이 자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면서 “2000년 전 남인도에 펼쳐진 ‘스투파 숲’을 상상하며 전시실을 거닐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프라와 출토 사리>, 기원전 240-200년경, 피프라와, 개인 소장.
2000년 전 남인도에 펼쳐진 ‘스투파의 숲’을 연상시키는 전시장 전경.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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