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호화, 아틀리에잭의 흥미로운 시각체험 ‘영혼의 실명’
정장영·가이셀하르트 작가 협업
시각 인식 못 하는 영화 속 주인공
혼란과 불확실성 큐브 안에 펼쳐
3D 그래픽을 2D로 변환한 ‘I 76’
540개 큐브의 회전 ‘잭의 창문’ 등
세상 속 실체와 감각 간극 보여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영혼의 실명’ 전시에 선보이는 아틀리에잭의 ‘형언할 수 없는 장면’ 연작.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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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보면 에폭시 레진으로 만든 가로 7.6㎝, 세로 2.6㎝, 두께 2.6㎝짜리 큐브 안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진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물고기는 창문을 뚫고 나오고, 거대한 나비는 문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은 뒤집혀 있고 스키를 타는 사람 주위엔 열대 식물이 자라나 있다. 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걸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 아트스페이스 호화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작품은 한국 작가인 정장영, 독일 작가인 안드레아스 가이셀하르트가 협업하는 프로젝트 그룹인 아틀리에잭의 ‘형언할 수 없는 장면’ 연작이다.
두 작가는 2008년 아틀리에잭을 결성해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 미국 등에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업의 뿌리가 된 것은 201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영화 프로젝트 ‘솔 블라인드니스’(영혼의 실명·Soul Blindness)다.
영화의 주인공 잭은 시각 인식 불능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뇌의 한 부분에 문제가 생겨 실제 눈앞의 대상을 인식은 하면서도 맥락과 의미를 연결시켜 이해하지는 못하는 병으로, 보고는 있지만 진정한 지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작품의 주재료이자 서사다. 작가들은 이렇듯 실제 현상과 인지 사이의 ‘격차’를 포착해 기존의 인식을 전복시키는 혼란을 영상과 영상에서 파생된 조각, 설치 등으로 펼쳐 보인다.
알루미늄 종이를 잘라 만든 작품 ‘I 76’(2023).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대형 영사기를 연상케 하는 설치작품 ‘잭의 창문’(2022).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이태리 아트스페이스 호화 큐레이터는 “작가들은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보는 대상의 실체와 주관적인 지각으로 드러나는 간극을 주목해 복잡한 세상 속 진실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불완전한 감각에 의지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잭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2023-09-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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