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녹아든 석조물, 이건희와 김수근의 만남…‘어느 수집가의 초대’

풍경에 녹아든 석조물, 이건희와 김수근의 만남…‘어느 수집가의 초대’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7-30 14:22
수정 2023-07-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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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
정원 곳곳에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조물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전시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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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주박물관 야외 정원에 놓인 석인상들. 류재민 기자
국립청주박물관 야외 정원에 놓인 석인상들.
류재민 기자
환한 창밖으로 석인상 10개가 옹기종기 가족처럼 모여 있다. 두 손을 가지런하게 모은 게 꼭 당장이라도 어서 오라고 반갑게 인사를 할 것만 같다. 앙증맞은 표정으로 평생 별을 같이 세어주겠다는 듯이 서로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선 모습은 오래 보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푸른 담쟁이덩굴이 박물관 건물을 싱그럽게 뒤덮은 국립청주박물관 야외 정원에 210여점의 새 식구가 들어섰다. 이건희(1942~2020)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조문화재 836점 중에서 엄선한 작품들이다. 불과 며칠 전에 자리를 잡았지만 원래 있던 것처럼 꽃과 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서서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지난 25일 개막한 이건희 기증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특별전은 광주, 대구에 이어 세 번째 지역 순회전이다.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 18건을 포함해 201건 399점의 문화재가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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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에 전시된 ‘책가도’. 류재민 기자
국립청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에 전시된 ‘책가도’.
류재민 기자
국립청주박물관은 천재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자연과 건축이 잘 어우러진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박물관은 다른 지역 특별전과 다르게 야외 석조물 전시를 돋보이게 꾸몄다.

야외 전시를 맡은 전효수 학예연구사는 “잘못 배치하면 어색할 수 있어 기존 풍경을 해치지 않는 곳을 찾아 적합한 곳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면서 “청주박물관은 야외 공간에서 문화행사도 많이 하고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추억을 가져갈 수 있게끔 신경 썼다”고 말했다. 석조물은 곳곳에 사진 찍기 좋게 배치돼 요즘 관람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보물찾기 같은 석조물 감상을 마치고 전시관에 들어서면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 초입에는 조선 후기 화가 윤제홍(1764~?)이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을 그린 ‘구담봉도’와 충북을 대표하는 유학자 송시열(1607~1689)의 제자이자 기호학파의 정통 계승자로 꼽히는 권상하(1641~1721)의 초상화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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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에 전시된 ‘구담봉도’는 조선 후기 화가 윤제홍(1764~?)이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을 그린 작품이다.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국립청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에 전시된 ‘구담봉도’는 조선 후기 화가 윤제홍(1764~?)이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을 그린 작품이다.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1부에서는 청자, 백자, 분청사기, 금속공예품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금속활자의 역사를 간직한 특성을 살려 세밀하게 세공된 금속 꾸미개도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2부에서는 보물들과 서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국보인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수준 높은 유물이 관람객과 만난다.

3부는 하루의 일과를 아끼는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수집가의 일상을 책가도 진열장 등으로 연출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이 기다린다. 실내전시를 맡은 김동완 학예연구사는 “마지막에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백자를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박물관장은 지역에 장마 피해가 발생한 점을 조심스레 언급하며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 많이 와달라”고 당부했다. 10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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