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파르네시나 컬렉션’展
변두리로 옮겨간 외교부 청사
대여 작품 모아가며 유명해져
伊현대미술 알리는 공간 변신
새달까지 근현대작 70점 초대
전시장 가운데 서 있는 마리노 마리니의 ‘말’(1945)이 눈에 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제공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제공
한 에트루리아인 남성이 거울에 닿기 직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를 가까이서 보려는 관람객, 전시장을 거닐던 관람객들은 거울을 통해 작품 안으로 ‘초대’받는다. 지나는 사람들을 ‘작품’으로 이끌어 낸 거울 작품으로 1960년대 초부터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그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1976)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1976).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전시명이 보여 주듯 이번 전시는 ‘하나의 미술관’으로 유명해진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건물이 품고 있던 파르네시나 컬렉션을 옮겨온 것이다. 로마 한복판 치기궁에 있다가 1960년대 변두리인 파르네시나로 옮겨간 외교부 건물은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이에 실망한 직원들은 건물에 어떤 시도나 장식도 하지 않았다.
움베르토 보초니가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를 청동 버전으로 만든 작품(2013).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지난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바타니 총장은 “초기에만 해도 직원들은 작품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이방인들이 우리 공간을 빼앗아 간 듯하다’고 당황해했으나 나중엔 수백, 수천명이 찾아왔다”며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고 현대미술관도 몇 개 없었던 당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라치아 토데리의 ‘셈페르 에아뎀’(2004).
아트선재센터 제공
아트선재센터 제공
알렉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공공문화외교국 국장은 “‘이탈리아 미술’ 하면 로마, 르네상스, 바로크 등만 떠올리지만 이탈리아 미술은 그때 끝난 게 아니라 그 뒤에도 번성했다”며 이번 전시가 이탈리아 현대미술을 알리는 자리임을 강조했다.
2023-07-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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