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호화서 23일까지 열려
전작보다 규모 크고 형태 단순화
그림자 효과·작품 집중도 극대화
“경험·기억 따라 공간 해석하세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열리고 있는 김병주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그물’에 ‘앰비규어스 월-시메트리’ 연작이 전시돼 있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선보이는 김병주(44) 작가의 신작 이야기다. 전시명이 ‘시간의 그물’인 것은 몸집을 키운 이번 신작에서 걸음을 옮기며 각도마다 달라지는 선의 중첩, 공간과 시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올해 만들어진 ‘앰비규어스 월-시메트리’(Ambiguous Wall-Symmetry) 연작들은 규모를 더 키우고 형태는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으로 단순화했다. 색도 다양한 색을 들여보내던 전작과 달리 하나의 색채에 그러데이션을 주는 방식으로 간명하게 표현했다. 이 때문에 그림자 효과와 작품에 대한 집중도는 더 극대화됐다.
김병주 작가.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그러면서 그는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몸과 시선을 이동하며 고정된 이미지와 시간을 넘어서는 경험을 해 보길 당부했다.
“그간 작품에서 인물이나 상황을 특정할 수 있는 사물 같은 건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어요. 어떤 열린 공간이 있다면 거기서 개인이 상상하는 것들은 모두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관람객들이 일상의 공간, 여행에서 본 건축물 등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작품 속 공간을 마음껏 해석해 봤으면 합니다.”
동선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 정면과 뒷면 선들의 중첩과 충돌을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감각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황정인 독립 큐레이터도 “도시 공간의 형상인 듯하지만 철저하게 작가적 상상력에 의해 구축된 공간을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보는 이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공간지각력으로 대상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내게 유도하는 매력이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올해 신작 가운데 하나인 설치 작품 ‘조각적 평면-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아트스페이스 호화 제공
이번 전시장에서도 옛 시청사, 서울로 등 서울의 랜드마크를 모아 놓은 길이 8m짜리 ‘앰비규어스 월-서울’(2021)을 만날 수 있다. 2019년 ‘서울 산수’ 전시 이후 공간 문제 때문에 계속 선보일 기회가 없었으나 마침 아트스페이스 호화에 있는 11m 길이의 외부 창문 공간에 맞춤해 갤러리를 지나가면서도 보게끔 했다. 23일까지.
2023-07-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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