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인류 문제 탐색하는 이유는” 내년 광주비엔날레 구상 들어보니

“판소리로 인류 문제 탐색하는 이유는” 내년 광주비엔날레 구상 들어보니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6-26 16:47
수정 2023-06-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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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현장 연구차 내한
기후변화, 이민자, 페미니즘 등 꿰뚫는 공간 주제로
주 전시관 외 광주 곳곳에 예술 프로젝트 펼쳐
“영화 보듯 이야기 따라가며 감상하도록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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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방향성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전시 주제와 형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방향성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전시 주제와 형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소리는 ‘공공장소의 소리’이자 ‘마당의 소리’로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서사 구조를 갖춘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어 내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인 공간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죠.”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인 내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이끌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판소리를 행사의 주요 형식으로 선택한 이유다.

26일 오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부리오 감독은 주인공이 한을 토해내듯 소리를 풀어내는 영화 ‘서편제’(1993)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전시 진행에서 중요한 이미지로, 판소리를 통해 동시대 공간이자 모두와 관계된 공간을 탐색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내년 행사 주제가 ‘판소리-21세기 소리의 풍경’인 이유다. 지역적 특성에서 뿌리를 내 국제적으로 교감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공간을 전시 주제로 잡은 건 기후 변화와 거주 위기, 이민자나 소수자 문제, 페미니즘 등 포화 상태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현안들이 결국 공간의 문제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사막화,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기후 변화는 인류와 공간의 관계를 수년간 급격히 변화시켰다”며 “공간에 대한 달라진 우리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심도 깊은 발화와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부리오 감독은 소리 효과에 따라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눈 주 전시장뿐 아니라 카페와 공공장소, 공원, 대안 예술 공간, 상점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소리와 시각 요소를 융합한 예술 프로젝트를 펼친다.

“전시 형식을 야심차게 구상하고 있다”는 그는 “전시작들을 하나의 시퀀스처럼 구성해 마치 영화를 보듯 이야기를 따라가며 감상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광주 정신’을 전시에 어떻게 녹여낼 지도 고심 중이다. 그는 “역사적 기록이나 흔적은 담아내야 하지만 명백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건 지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짝수년도 9월 첫째주에 개막해 11월 둘째주 폐막해온 광주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2020년 13회 행사가 이듬해로 미뤄지며 지난 4월 14회 행사가 열렸다. 내년부터는 다시 9월 개막으로 일정이 정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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