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에 들어선 조각가 권진규의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경. 한가운데에는 작가가 1953년 일본 니카전에서 특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앞쪽은 말머리, 뒤쪽은 기사의 등 등 직육면체 각 면마다 다른 형태와 깊이가 새겨진 ‘기사’(1953)가 자리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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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본질을 파고들며 ‘영원한 예술’을 빚어냈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50주기에 바라왔던 상설전시관이 문을 열자 여동생 권경숙씨는 감회에 젖어 읊조렸다.
지난 1일 서울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문을 연 ‘권진규의 영원한 집’에는 유족이 일본에 흩어져있던 작품들을 어렵사리 모아 2021년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새 소장작 등이 전시돼 있다. 과거 벨기에 영사관으로 지어졌던 미술관의 운명과도 ‘조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1905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벨기에 영사관으로 지어졌다가 도심재개발사업으로 관악구 남현동으로 옮겨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경.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두 다리를 땅에 단단하게 딛고 선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인 나부(1953~1954). 권진규는 구조와 본질을 추구했기 때문에 생명력을 강조한 강건한 여성상을 만드는 등 남성와 여성 인체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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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창툴, 선반, 가구 등에서 작가의 아틀리에가 연상되는 5개 전시실이 주제별로 26점의 작품과 88점의 자료를 품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작가가 작품에 치열하게 몰두했던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1949~1956)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1959~1973)를 압축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다.
권진규가 1972년 3월 열린 이중섭의 15기 유작전을 다녀와 그의 1954년경 작품 ‘황소’, ‘흰 소’를 보고 크게 감동받아 모본으로 만든 ‘흰 소’(1972). 그는 이중섭과 함께 김환기, 박수근 등의 작품을 자주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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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측은 앞으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해 작품, 자료 등을 일부 혹은 전면 교체하며 2년마다 상설전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앞으로 남서울미술관이 권진규의 예술 세계를 영구히 잘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집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진규의 영원한 집’ 상설전에서는 작가의 주요 작품 드로잉과 활동 당시 사진, 지인에게 쓴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작가의 생각과 궤적을 짚어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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