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만큼 돋보이는 공간 연출
철제 프레임·와이어에 걸린 사진
건축가·작가 협업 ‘템퍼러리…’展
화려한 조명과 만난 사진 조각들
패션쇼 한 장면 같은 ‘아워세트’展
서울 성북구 복합예술공간 ‘디스이즈낫어처치’(TINC)에서 열리고 있는 오가영·장진승·허수연 작가의 ‘템퍼러리 랜딩’ 전시 전경.
김정화 기자
김정화 기자
미술 전시에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디자인하는 연출이 늘어 눈길을 끈다. 단순히 작품을 흰 벽에 거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작품과 공간을 모두 돋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경기 수원시립미술관 광교의 ‘아워세트: 아워레이보×권오상’ 전시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넓은 통창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얼핏 작품을 전시하기엔 부적절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런 강한 빛을 상쇄하기 위해 최 건축가가 택한 방식은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철제 프레임과 와이어, LED T5 조명이었다. 사진을 조각처럼 전시하기 위해 액자에는 아크릴 조각을 새로 덧대고, 구멍을 뚫어 조인트를 설치한 뒤 와이어를 매달았다. T5 조명은 강렬한 햇빛에도 뭉개지지 않고 존재감을 뽐내며 작품을 빛나게 한다. 5월 6일까지.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시립미술관 광교에서 열리고 있는 ‘아워세트: 아워레이보×권오상’ 전시는 더 본격적으로 작가와 전시 디자인이 협업한 사례다. 프린트한 사진을 콜라주해 조각처럼 만드는 권오상 작가의 작품과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가 어깨를 맞대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공간을 총 9개의 세트로 나눠 여러 작품을 전시하는데, 작품의 성격이나 특성에 맞게 조명과 아이소핑크(압축 스티로폼)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해 제작한 권 작가의 ‘데오도란트 타입’ 사진 조각 연작은 아워레이보의 화려한 조명 연출과 만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미니카 99대를 늘어놓은 ‘스몰 스트럭쳐’는 주차 타워처럼 생긴 구조물 안에 LED 조명을 사용했는데, “실제 차량 도색 과정에서 미세한 먼지를 찾아내기 위해 쓰인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것이 아워레이보의 설명이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디자인에 미술관은 마치 영화 촬영장으로 변한 듯하다. 5월 22일까지.
2022-04-2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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