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가 된 발레리나의 몸짓…‘한국판 디즈니’ 무대에 홀릭

전사가 된 발레리나의 몸짓…‘한국판 디즈니’ 무대에 홀릭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9-11-07 22:20
수정 2019-11-08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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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10일까지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호이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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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 공연 모습.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효녀 ‘랑’이 병든 아버지가 군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군대로 향하는 내용이다. 치열한 전쟁을 끝내고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세레나데가 눈길을 끈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 공연 모습.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효녀 ‘랑’이 병든 아버지가 군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군대로 향하는 내용이다. 치열한 전쟁을 끝내고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세레나데가 눈길을 끈다.
국립발레단 제공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흐르고 막이 오르면 몽환적 분위기의 푸른 숲이 펼쳐진다. 쩔뚝이며 등장하는 백발노인 곁으로 젊은 두 남녀가 아름다운 곡선과 경쾌한 점프를 그리며 노인을 숲 가운데로 이끈다. 이들 곁으로 한 마리 사슴이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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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 공연 모습.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효녀 ‘랑’이 병든 아버지가 군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군대로 향하는 내용이다. 20여명의 남성 무용수가 장검을 손에 쥐고 추는 군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 공연 모습.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효녀 ‘랑’이 병든 아버지가 군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군대로 향하는 내용이다. 20여명의 남성 무용수가 장검을 손에 쥐고 추는 군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이 ‘왕자 호동’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발레 ‘호이 랑’이 지난 6일 서울 무대에 올랐다. 6개월 전 전남 여수에서 초연한 직후 지역 관객은 물론 비평계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서울 첫 공연을 보면서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던 강수진 예술감독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초연 이후 일부 안무를 수정하고 다시 무대에 오른 ‘호이 랑’은 한국적인 발레의 성공 가능성과 세계무대 진출 기대감을 높였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는 효녀 ‘랑’은 오빠가 전쟁터에서 죽고, 병든 아버지마저 군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군대로 향한다. 남자 병사보다 체구도 작고 힘도 약해 훈련에선 뒤처지기도 했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참고 견디며 당당히 전장을 누빈다. 얼핏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이 떠오른다. 사슴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로 등장하고, 병든 아비와 효녀라는 인물 설정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발레단은 대한제국 시대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했다.

한국적 정서를 녹인 극의 흐름은 발레 초심자도 금방 공연에 빠져들게 하는 힘을 가졌지만, 자칫 밋밋하게 전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몸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두 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을 잊게 할 만큼 화려하다. 특히 전장의 군인을 연기하는 20여명의 남성 무용수가 장검을 손에 쥐고 추는 군무는 폭발적인 힘을 내뿜는다. 또 사령관 ‘정’과 반역자 ‘반’, 두 남성 무용수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치열한 전쟁을 끝내고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세레나데에서는 서양의 춤 발레에 동양 고전미가 녹아들며 꿈같은 무대가 펼쳐진다. 가녀린 발레리나는 듬직한 발레리노와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배경으로 난도 높은 동작을 부드럽게 이어 간다.

효녀 ‘랑’은 박슬기·신승원·박예은, 랑의 상관이자 연인 ‘정’은 이재우·정영재·김기완이 각각 연기한다. 오는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9-11-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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